공공부문 노사갈등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13년 방만경영 해소에서 시작된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조치는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편 및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올해에는 성과연봉제 전면 확대 및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이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4대 개혁(노동·공공·교육·금융) 중 하나인데, 어떤 분야보다도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하다.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았으나 변변하게 내세울 성과 하나 없는 박근혜정부 입장에서야 정부가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부문 만큼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싶을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공공부문 비효율성의 책임을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몽땅 덮어씌우는 정부 정책은 추진 단계부터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공공부문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대안 찾기보다는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였다. 난데없이 연공급 임금체계가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였다.
공공기관 관리의 총괄 책임자인 기획재정부 송언석 차관은 “업무능력·성과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 임금형태가 청년채용 기피와 비정규직 양산의 핵심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호봉제 임금체계는 동기부여가 미흡하고, 생산성 및 경쟁력도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그동안 획일적 통제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비전문가들의 낙하산 인사, 이윤 중심의 경영평가로 공공기관 경쟁력 약화의 책임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 한마디 없다.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성과연봉제로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거짓 선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 조치는 공공기관이 비효율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공공기관들은 정말 비효율적인가. MB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의 실패에 따른 과다부채가 비효율성의 근거로 지적된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책을 결정한 MB정부의 실패이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거꾸로 공공기관들은 전기·에너지·대중교통 등 필수서비스를 싼 가격과 좋은 품질로 제공해 왔다. 공공기관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공공부문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를 때마다 역대 정부들이 활용한 단골 메뉴였다.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도입을 공공기관의 핵심 개혁 방안으로 제시한다. 성과연봉제를 통해 공공기관의 조직 효율성과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하나, 이 제도는 영국과 미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실패한 정책이었다. 상대평가에 따른 성과연봉제는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에 잭 웰치에 의해 GE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글로벌기업들로 확산되었고 공공부문에도 도입되었다. 그런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는 그 폐해와 오류가 심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비판적인 보고서가 채택되었다. 2007년 보고서는 “OECD 회원국들이 성과연봉제와 관련된 경험으로부터 얻은 한 가지 결론은 공공서비스에 이 방식이 잘 작동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문제점과 노조 대응방향 국제토론회’에 참가한 매리 로버트슨 국제공공노련 연구소(PSIRU) 객원연구원은 세계적인 추세는 성과연봉제의 축소·폐기인데, 한국은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가장 짧은 시간에 악랄한 형태로 제도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처럼 정부는 다른 국가에서는 중단하거나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성과연봉제를 그 무슨 개혁의 묘책처럼 주창한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치명적인 약점으로는 기관장 등 임원들의 비(非)전문성 및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꼽힌다. 그 으뜸은 낙하산 인사이다. 전문성과 자질이 부족한 인사가 기관장이나 요직을 차지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방만경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단기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공기업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사례도 많다. 당연히 부실·방만경영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조직의 비효율성, 기관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각종 사업 추진 등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뿌리에는 낙하산 인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 낙하산 인사 방지야말로 공공기관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부문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