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업체들이 득세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비야디(BYD)는 17%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리센(10%), CATL(5%), China WangXiang(5%) 등이 뒤를 이으며 5위권에 포진했다. 해외 기업은 미국 배터리 제조사 보스턴파워가 8%의 점유율로 탑5 내 유일했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의 AESC(23.5%)가 1위, 한국의 LG화학(16.6%)이 2위인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지원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가격의 40% 이상으로, 전세계 평균인 10~15%를 크게 웃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배터리에 대해서도 보조금 지급 기준을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책정하며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초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등 한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리튬 이온 방식의 전기버스용 배터리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곧이어 최근 자국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유리하도록 배터리 사업자 충족 요건을 변경했다.
중국 정부가 무리수까지 써가며 자국 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것은 아직 이들의 기술력이 선발 글로벌 업체들에 뒤져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호정책을 통해 강력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쌓을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인큐베이팅이 끝나는 2017년부터는 보조금을 20% 축소하고 2021년 이후 완전 폐지할 계획이다.
일단 국내 기업들은 보조금 감축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LG화학은 올 초 열린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중국의 보조금 축소를 고려해 제품개발과 출시 계획을 세우고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보조금 감축시기인 2021년 이후가 오히려 한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12만대로, 오는 2020년까지 69만7000대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대중교통과 물류·환경미화·공항버스·경찰차량 등의 분야에도 전기차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보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