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삼성과 한화의 사업조정 전략이 저유가로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사들인 계열사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내며 화학 집중효과가 부각되는 반면, 삼성은 조선·플랜트 계열사의 부진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 이후 저유가 상황이 맞물리면서 기대 이상의 투자 효과를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화토탈이 돋보인다. 한화토탈은 석유화학 원재료를 만드는 NCC(에틸렌제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유가와 밀접하다. NCC업계는 저유가로 원가부담이 줄어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의 가격차) 마진이 확대되는 등 수혜를 입었다. 한화토탈의 1분기 영업이익은 3694억원으로 전년 동기(991억원) 대비 2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91.9%에서 76.4%까지 축소, 원가하락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1분기 50달러 안팎에서 올 초 20달러대까지 떨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화토탈은 이와 함께 한화케미칼 등 전방 석유화학제품 계열사와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만성 적자였던 한화종합화학도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주력 제품인 PTA의 스프레드도 1분기 100달러대 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삼성은 조선·플랜트 계열사가 저유가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이 침체되면서 1분기 신규 발주가 없었다. 기존에 계약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도 취소 또는 인도시기가 연기됐다. 삼성중공업이 이전 로열더치쉘로부터 수주한 5조2000억원 규모의 FLNG 3척은 계약해지됐다. 프리루드 FLNG는 올해 9월 인도 예정이었다가 2017년 4월로 연기됐고, 페트로나스 FLNG는 2년가량 인도를 지연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해외 석유회사들이 저유가가 지속되자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려 한 탓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석유 탐사 및 생산 등의 화공플랜트 부문에서 발주처의 투자가 줄어든 악영향을 받고 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 사진/한화
양사의 위기는 그룹 전체로까지 번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금 전액 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1억원가량의 사재를 내고 자사주를 취득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금융당국이 최근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고, 한발 더 나아가 경제개혁연구원은 계열사 지원이 부당하다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2014년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안이 무산된 뒤 현재까지 경영악화가 이어져 왔다. 채권단이 깊게 관여하는 현 상황에선 삼성이 손쓸 카드도 많지 않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매진해온 삼성으로선 풀지 못하는 큰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