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해온 9개 금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노동계는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며 소송 불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전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소속된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관 7곳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금융노조 소속이 아닌 예금보험공사와 예탁결제원을 포함하면 9개 공기관이 모두 내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게 된다.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예금보험공사 등이다.
금융위원회의 지침에 따르면 이들 9개 기관은 최하위 직급(5급)과 기능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 최고 연봉과 최저 연봉 간 차이는 20~30% 선으로 책정된다.
다만 금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가 확대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노조가 절대 수용 불가를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어 실제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노조위원장과 사측 간 합의로 도입을 결정한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하면, 9곳 중 8곳이 이사회 의결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이에 금융노조 각 지부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압도적이었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각 지부의 반대표 비율은 캠코 80.4%, 산은 94.9%, 주택금융공사 85.1%, 기술보증기금 98.57%, 기업은행 96.86%, 신용보증기금 97.2% 등으로 나타났다.
노조 측의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결정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향후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측은 노조 합의를 거치지 않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은 근로기준법 94조에서 규정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충돌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는 사규 변경 등은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제도다.
다만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이 효력을 가진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법률대응팀 구성해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와 협의 중이며, 이르면 내달 초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기관들도 집행정치 가처분 등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관이 자칫 시행을 강행했다가는 법원에서 다른 결과를 내놓을 경우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당장 도입하지 않으면 예산이나 인력 충원에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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