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딘 베케이 뉴욕타임스(NYT) 편집국장은 최근 편집국 기자들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명의로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향후 5년간 NYT의 온라인판 수입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지 7개월 만이다.
베케이 국장의 이번 편지는 차별화된 콘텐츠 생산과 온라인 체제 전환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그는 “점점 진전돼가는 사건에 대한 보도는 인터넷 공간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며 독자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뉴욕타임스에만 있는’ 효과적인 기사를 주문했다.
‘기록을 위한’ 기사를 쏟아내는 기존의 거대한 데스크 시스템보다는 특정 주제별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도입해 전문화되고 집중된 저널리즘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울러 독자들의 호응이 큰 동영상 등 비주얼 저널리즘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재확인했다.
NYT 경영진은 지난해 온라인 수익확대 전략을 통해 2014년 기준으로 4억달러인 NYT의 온라인판 수입을 2020년까지 8억달러(약 9400억원)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신문의 체질을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하게 바꾸겠다고 공표했다.
베케이 국장은 당시 "온라인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충실한 독자의 수를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돈을 지불하고 볼만한 저널리즘과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NYT의 뼈를 깎는 개혁의 의미는 상징적이다. 선두권 위치에서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NYT의 과감한 실험과 혁신은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뉴스 시장에서 고전하는 국내 언론계에도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지면을 채우기 위해 생산된 그저 그런 기사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독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며,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차별화된 뉴스를 가장 효과적인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이 하니까 따라가는 식의 온라인 전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인터넷 언론이 확대되면서 본격화된 속보 경쟁은 뉴스의 홍수 시대에서 그 의미가 퇴색했다. 이제는 뉴스의 양 보다는 질을 따져 선별된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션이 중시된다. 하루하루 신문을 만드느라 허덕이는 오프라인 기반의 편집 시스템을 바꾸지 않은 채 시도하는 온라인 전환은 무의미하다.
무엇보다도 고객인 독자들과의 소통 없이 언론사 중심으로 생산되는 뉴스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독자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역부족이다. 하지만 결국 언론 스스로 방법을 찾지 못하면 독자와 시장에 의해 수술대에 올라가는 처지가 될 것이다.
사실 많은 국내 언론사들이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누리는 달콤한 유혹을 과감하게 떨쳐내기 어려운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 언론사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스스로 뛰어내리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대로 안주하면 떠밀려 죽거나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 서서히 수명을 다할 뿐이다.
정경진 콘텐츠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