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인재제일'을 삼성의 경영 이념으로 삼았던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정신을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잇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친의 빈 자리를 대신하며 그룹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공식화했다.
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은 이건희 회장이 거르지 않던 대표적인 대외 행사다. 이 회장은 선친의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 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지난 1990년 호암상을 제정했다. 올해 26회 시상까지 총 13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호암상은 ▲과학상 김명식 박사(54·영국 임피리얼 칼리지런던 교수) ▲공학상 오준호 박사 (62·KAIST 교수) ▲의학상 래리 곽 박사(57·미국 시티오브호프병원 교수) ▲예술상 황동규 시인(78·서울대 명예교수) ▲사회봉사상 김현수(61), 조순실(59) 부부(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가 수상했다. 수상자들에겐 각 3억원의 상금과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수상자들의 업적은 국내외 분야별 저명 학자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38명)가 검토했으며, 해외 석학 36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평가하고 현장을 실사했다. 특히 학술부문 심사위원회는 댄 셰흐트만, 팀 헌트 등 노벨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한 해외 석학 6명이 참여해 후보자의 업적을 국제적 차원에서 검증했다.
시상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스벤 리딘 스웨덴 룬드대 교수(스웨덴 왕립과학학술원 회원) 등 각계 인사 550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급격한 변화 앞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물질문명의 풍요와 함께 지속가능한 인간의 미래를 이어갈 과제를 안게 됐다"며 "21세기에 인류가 위대한 주역이 되기 위해 수준 높은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축사에서 "호암상은 인재제일, 사업보국을 강조했던 고 이병철 회장의 정신을 받들기 위한 상"이라며 "역대 수상자 한 분 한 분이 우리사회에 훌륭한 본보기가 돼 줬다"고 말했다.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올해는 시상식 후 만찬을 없애는 대신 축하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그간 삼성 총수일가가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수상자와 그 가족 등을 초청해 축하 만찬 자리를 마련했는데,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개방적인 문화행사를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행사 본연의 의미에 집중하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듯 보인다.
음악회는 삼성드림클래스 소속 중학생 150여명을 초대해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의미를 더했다. 드림클래스는 삼성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재 제일주의 및 사회공익 정신과 맞닿아 있다. 배움의 의지가 강한 저소득층 중학생들에게 대학생 강사들이 수학과 영어 등을 가르친다. 이 부회장은 올 초 드림클래스 교육현장을 깜짝 방문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음악회에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씨, 백주영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 그룹 ‘앙상블 오푸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안숙선 명창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