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특별수사')는 드라마 MBC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작품마다 독특한 색을 불어넣는 배우 김명민의 신작이다.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운 기운의 성동일과 서민의 짙은 페이소스를 지닌 김상호, 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카리스마를 오고가는 김영애까지 "출연배우가 관람 포인트"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아울러 '새드무비'를 연출한 권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택시운전사 권순태(김상호 분)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법무법인의 사무장 최필재(김명민 분)와 김판수(성동일 분)의 수사극이다. 돈의 힘으로 살인 누명을 씌어버리는 재벌 권력과 그들의 돈에 의지하는 검·경의 비리를 비춘다.
'특별수사' 포스터. 사진/NEW
권 감독은 그간 이렇다 할 작품을 만들지 못하다 10여년 만에 '특별수사'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오랫동안 작품을 못한 영화감독들 특유의 냉철함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역할의 이미지에 딱 맞는 배우들을 정확히 배치시킨 점부터 시작해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편집 등 권 감독이 얼마나 이 영화를 열심히 준비했는지 전달된다. 치명적인 흠이 없고 즐겁고 유쾌하며 통쾌한 대목도 있다.
다만 흥행이 절실히 필요한 입장이다보니 지나치게 안전한 선택을 한 점이 아쉽다. 출연배우들을 이미지에 걸맞은 역할에 각각 배치하고 그들에게 놀 수 있는 판을 마련했는데 안전한 만큼 도전적인 부분은 부족해 약간은 뻔한 느낌도 준다. '성난변호사', '탐정:더 비기닝', '검사외전' 등의 빠르고 시원했던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스피디한 전개와 적절하게 버무려진 유머, 갈등이 고조된 순간에 터지는 반전까지 비슷한 점이 많다. 그간 관객들이 선호해온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눈치다.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참신함은 다소 부족하다. 그럼에도 감독으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은 분명히 보인다. '특별수사'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권 감독의 특색이 정확히 살아있는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배우들의 연기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명민을 비롯해 코믹 연기의 대가 성동일과 연기 내공이 출중한 김상호, 김영애 등 훌륭한 배우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00% 이상 발휘한다. 김명민과 성동일의 호흡에서 만들어지는 유머는 이 영화의 포인트다. 두 사람은 시시 때때로 예상 밖의 유머를 구사한다. 그간 영화에서 오달수와 좋은 호흡을 보인 김명민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생긴 듯하다.
'특별수사' 김명민 스틸컷. 사진/NEW
웃기는 만큼이나 관객들의 눈물도 뽑아낸다. 특히 억울함을 토로하는 김상호의 표정은 애잔하다. 이들뿐 아니라 김뢰하와 박혁권, 오민석, 김향기 등 비중이 적은 배우들도 각자 역할 이상을 수행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곧 볼거리다.
다만 악역 여사님(김영애 분)의 매력을 완벽히 풀어내지는 못한 게 아쉽다. 여사님으로 불리는 그가 왜 나쁜 짓을 하고도 조금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엘리트 의식과 히스테리로 점철된 인간에 그칠 뿐이다. 김영애가 연기력으로 메우지만,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떨어진다. 악역의 매력만 다듬었더라도 더 높은 평가가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테랑'과 '검사외전'까지의 영화들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2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시간 동안 매끄럽게 전개되는 덕에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과 무관하게 영화를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더워지는 6월 여름을 날려줄 시원한 한 방도 있다. 개봉은 6월16일,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플러스(+) 별점 포인트
▲ 김명민과 성동일의 예상을 뛰어넘는 코믹 연기 : ★★★★
▲ 군더더기 없이 흘러가는 빠른 전개 : ★★★★
▲ 김상호의 애잔함 : ★★★
▲ 임팩트가 가장 뚜렷한 캐릭터를 만든 김뢰하 : ★★★
▲ 대머리를 소재로 한 성동일의 회심의 한 신 : ★★★
▲ 훈훈하게 마무리한 엔딩과 웃음을 자아내는 에필로그 : ★★
▲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간직한 신구의 표정 :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 실험정신의 부족에서 오는 뻔함 : ☆☆☆☆
▲ 여사님 캐릭터의 매력 실종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