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은닉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최근 3개 외국계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흡입 독성실험한 결과를 옥시로부터 제출받았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2012년 초 미국 업체 3곳, 인도 업체 1곳 등 4곳에 업체에 실험을 의뢰해 결과를 받았으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4곳 중 3곳에서 작성한 결과를 제출했다.
현재 검찰은 이 결과를 담은 보고서의 전문을 번역하고 있으며, 결론을 먼저 볼 때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옥시의 최고경영자였던 거라브 제인(47) 전 대표가 이러한 실험 결과를 보고받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2011년 10월 조모(57·구속 기소) 서울대학교 교수에게 허위 실험보고서를 작성해 달라는 내용의 자문계약서를 이메일로 전달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제인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변호인을 통해 레킷벤키저의 아태본부장으로 싱가포르에서 업무를 하고 있어 한국에 입국해 조사받을 수 없다는 사유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제인 전 대표는 소환 불응 의사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가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옥시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0.1%에 불과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등의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를 비롯해 글로벌 R&D 담당자, 호주 연구소 관계자 등 총 6명의 레킷벤키저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PB(Private Brand) 상품을 판매한 유통업체도 조사 중인 검찰은 이날 이승한(70) 전 홈플러스 회장과 이철우(73) 전 롯데마트 대표이사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는지, 이를 알고도 제품 출시 후 판매를 강행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