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는 인질이 아니다" 증권가, 삼성 일방통행에 분통

"자본시장 신뢰 무너뜨려…지배구조개선 논의 필요"

입력 : 2016-06-07 오후 5:39:49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물류사업 분할을 공식화한 삼성에스디에스(018260)를 두고 7일 증권가가 전례 없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삼성물산(000830) 합병 가능성에 다시 무게를 둔 '시너지 효과'를 진단하는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은 와중에도 삼성그룹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날 시장에선 삼성그룹이 삼성SDS 물류사업 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에 이관,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서 비롯된 시너지 효과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삼성물산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3500원(2.87%) 오른 12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SDS도 1500원(1.01%) 상승한 15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시장은 분할의 구체적인 형태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키운 삼성그룹의 소통방식에는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주주는 인질이 아니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시를 통해 발표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도 두리뭉실한 내용만 있어서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가 아니더라도 이것이 사실이라서 언론에 밝힐 것이라면 두루뭉술한 내용이 아니라 대략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분할 방법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데 명확하지도 않은 내용을 갖고 불확실성만 증폭시켜 특정주식의 주가가 빠지게 되면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한테 피해가 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SDS 사업부 분할이 알져진 지난 3일 삼섬SDS 주가는 10.78% 폭락해 14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014년 11월 상장 이후 최저치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SDS 핵심사업인 물류 부문의 분할·합병을 반대한다며 지난 4일부터 합병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한 삼성SDS 소액주주모임은 이날 삼성SDS 본사를 찾아갔다. 향후 집단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S 기업공개(IPO) 당시 힘을 실어줬던 펀드매니저의 분통 섞인 말도 전해진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IPO 1년 남짓된 종목이 기존 핵심사업 분할공시를 불투명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건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처사라고 본다"며 "급락 시기를 보면 미공개정보가 샜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공정거래 관련 엄중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근본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투명한 방법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차등의결권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1인1표제 아래 재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터라 삼성그룹의 이런 조치가 불가피했을 수 있지만 신규 기업공개(IPO) 기업이 1~2년 내에 핵심사업을 분할하는 것은 우회상장 또는 소액주주 손실 전가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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