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허위 보고서' 서울대 교수 "엄격한 관리기준 지키지 못했다"

입력 : 2016-06-10 오후 3:03:54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학자로서 엄격한 관리기준을 지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더욱더 죄송하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조모(57) 교수가 10일 열린 첫 재판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남성민) 심리로 이날 진행된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교수의 변호인은 "조 교수가 엄밀하지 못한 실험상의 처리로 도의적 책임은 있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법률적 평가는 달리해야 한다"며 "증거기록을 다 파악한 후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서울대 교수인 공무원 지위에서 직무수행 관련 금품수수를 했는지, 실질적으로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는지, 실제로 실험보고서가 위조·조작됐는지 여부 등이 주된 쟁점"이라며 향후 입증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증언 등으로 조 교수가 작성한 연구보고서의 조작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옥시 연구소 연구원 및 산학협력단 직원 등 관련자 7명에 대해 증인신청을 했다.
 
조 교수 측도 증인으로 연구소 대학원생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연구원, 독성학 전문가 등 6명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며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증인을 특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성을 요구하는 실험평가 관련 증인신문을 위해 독성학 전문가를 특별변호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31조(변호인의 자격과 특별변호인)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변호사가 아닌 자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7명을 채택하기로 했다. 조 교수 측의 증인 및 특별변호인 신청은 신청서가 제출된 이후 채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공판기일 지정도 마무리 지었다. 본격적인 공판절차는 다음 달 8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되며 오는 8월30일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늦어도 9월 안에는 조 교수의 1심 선고가 날 전망이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 2011년 10~12월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의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실험보고서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옥시에서 1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 교수가 당시 작성한 보고서엔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린구아니딘(PHMG) 흡입독성 실험 결과 인체에 해가 없고, 피해자의 폐질환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임신한 쥐를 상대로 생식 독성실험을 진행해 15마리 중 새끼 13마리가 죽은 사실도 발견했으나, 2012년 4월 최종 제출된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은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 교수는 옥시가 의뢰한 가습기 살균제 실험 용역과는 별개로 산학협력단에서 물품 대금 5600만원 상당을 속여 뺏은 혐의도 받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한 내용으로 연구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 교수가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초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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