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걷다 보니 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다. 예쁜 꽃을 구경하는 것도 잠시 꽃 구경한다고 잠깐 쪼그려 앉았을 뿐인데 얼굴에 열이 확 올라오는걸 보니 정말 여름이 왔나보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친구와 이제 정말 여름이라며 이야기하다보니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오늘은 뭐 먹지? 밥을 먹기에는 날이 너무 덥고 그렇다고 안 먹자니 땀을 많이 흘려서 기운이 빠질 것 같다. 뭔가 깔끔하고 청량한데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 냉우동! 오늘은 시원한 우동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사진/바람아시아
홍대 입구에서 걸어서 약 15분, 합정역 2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우동 카덴은 최근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얼굴을 알린 정호영 셰프의 우동전문점이다. tvN의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칭찬 일색 맛집 우동카덴. 가장 특징적인 것은 면발이다.
우동카덴의 면은 온몸의 체중을 실어 발로 쳐대 반죽하는 족타 반죽을 사용한다. 반죽은 중력분과 강력분을 배합해 기계로 초벌 반죽을 하고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1차 숙성을 거친 뒤, 반죽의 앞뒷면을 10분씩 밟고 다시 12시간 정도 2차 숙성을 거쳐 만들어진다. 우동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거의 하루 꼬박 이다.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되었듯, 이 집의 대표메뉴는 네 가지 튀김이 함께 제공되는 ‘덴뿌라 우동’ 과 쫄깃한 면을 느낄 수 있는 친근한 맛의 ‘붓가케우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동카덴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특별한 우동 한 그릇과 다른 집과 비교하기 좋은 유명한 우동 한 그릇을 시켰다.
사진/바람아시아
나왔다! 음식은 비교적 빨리 나오는 편이다. 더워서 냉수만 들이켜고 있었는데 대야만 한 접시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딱 봐도 절대 한 손으로는 들을 수 없는 그릇에 우동이 예쁘게 담겨 나온다. 더운 날 너무 허기진 탓에 우동의 짭조름한 냄새만 맡아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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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동을 주문하면 규동(소고기덮밥)이 먼저 애피타이저로 제공된다. 한 손에 잡힐 정도의 아담한 크기의 컵만 한 그릇에 윤기가 흐르는 밥과 야들야들 부드러운 소고기가 올라가 있는데, 특이한 점은 숟가락이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일본 채널에서 보던 것 같이 그릇째 들고 젓가락으로 먹으면 된다.
사진/바람아시아
이제 본식. 마와 계란 노른자를 얹은 ‘냉’우동, 야마카케 우동이다. 투명한 맑은 국물에 흰 면, 그 위에 곱게 갈린 마를 쿠션 삼아 포근하게 누워있는 노른자의 자태는 보고 있기만 해도 시원하다. 야마카케우동은 나오면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헤쳐 먹는, 국물이 많지 않은 우동이다. 국물은 소바 국물과 비슷한데 노른자 때문에 면발이 미끈미끈하다. 후루릅(국물 튀김 주의)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면발을 씹다 보면 파가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을 잡아준다. 시원하고 간단한, 건강한 한 끼 식사랄까. 개인적으로는 족타 반죽의 탱글탱글함과 적당히 질긴 맛을 최고로 느낄 수 있는 메뉴 같다. 더해지는 양념이 적어 족타면발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사진/바람아시아
다음은 카레우동. 김이 모락모락 나서 찍는 동안 침이 고였다. 카레우동은 다른 집과 비교했을 때 가장 깊은 맛이 나는 것 같다.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것 같은데 맑은 국물은 아니지만, 카레 특유의 텁텁함이 없어 마치 강황향이나는 치킨 스톡을 마시는 느낌이다. 이 우동의 면발 역시 족타. 정말 좋다. 쫄깃하고 찰진 면발을 씹을수록 국물의 깊은 맛이 더해진다. 전반적으로 두 그릇의 우동 모두 간이 짠 편이 아니라 면을 먹다가 후룩, 국물을 같이 떠먹기 좋다. 카레우동은 육수가 독보적인 메뉴다. 야채육수같이 깔끔하고 건강한 맛이지만 고기육수같이 깊은 맛도 나는 온몸이 따뜻해지는 메뉴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이드 메뉴로 시킨 치킨 가리아게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반적인 치킨을 생각하면 안 된다. 무겁지 않은 튀김으로 정말 식탁의 서브를 맡기엔 아까울 정도의 맛이었다. 나는 우동을 먹으라 나중에야 치킨가리아게를 먹었는데 튀김의 바삭함이 살아있어서 한번 놀라고, 튀김 특유의 무겁고 텁텁함이 없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케이준 향이 나는데 그 맛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단맛을 끌어올리고 바삭하지만 얇은 튀김이 식감을 살린다면, 주인공인 닭은 부드러움을 담당한다. 퍽살? 아니죠. 뭉쳐있는 다리 살? 아닙니다! 어느 부위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다리 살의 부드러움과 가슴살의 담백함이 공존하는 맛이었다. 소자를 시켰는데 정말 작은 네 개의 조각으로 끝내기에는 못내 아쉬운 맛이었다.
한 치킨 하실레예~?. 사진/바람아시아
글쓴이 점수: 95점
글쓴이 평: 정말 제대로 된 우동을 먹고 싶다면 우동카덴으로. 만원 내외의 가격에 홍대학생을 물론이고 숙대학생, 이대학생까지 적극 추천! 족타우동의 쫄깃한 면발이란….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맛…. 하…. 쓰면서도 또 가고 싶다.
참. 주의. 야마카케우동은 달걀의 점성 때문에 면을 빨아들일 때 자칫 침을 흘리는 듯한 착시를 줄 수 있으니 만난 지 얼마 안 된 애인과 가면 시키지 말 것. 더러워 보일 수 있음
친구의 점수: 92점
친구의 평: 독특하고 다양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고요, 과하지 않은 향과 맛 덕분에 건강 챙기고 왔습니다. 하하하.
한여름, 해 질 무렵 좋은 친구와 슬슬 걸어 맛있고 건강한 우동 한 그릇씩 잘 먹고 왔다. 가장 소중한 정보는 우동 면이 무한 리필이라는 점. 먹고 또 먹고. 족타 우동 면이 무한리필이면 간이고 쓸개고 너무 다 내주는 게 아닌가 싶지만, “우동 먹고 나서 금방 배고프면 안 되잖아요~”라는 정호영 셰프의 너른 마음을 깊이 새기며 강력! 추천합니다!
사진/바람아시아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