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롯데그룹이 검찰의 대대적 비리 수사로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첫 공식석상에서 사과 표명과 함께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15일(현지시간) 출장지인 미국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아울러 검찰 수사로 인해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과 이달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총에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신 회장은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011170)-미국 액시올 합작법인의 에탄 크래커(분해) 공장 기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다시 준비해서 연말까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상장은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항이므로 꼭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호텔롯데는 당초 이달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었으나, 압수수색 등 검찰의 롯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지난 13일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연기한다"며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포기했다", "무기한 연기했다" 등의 해석을 내놨지만 이날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은 포기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달말 주총과 관련해서도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권 다툼 상대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총 현장에서의 표 대결에서도 승리를 자신한 것이다.
신 회장이 쏟아낸 이같은 발언들은 검찰 수사에 따른 그룹 내부 동요를 막고, 대외적으로 흔들리는 시선을 최소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이같은 정면돌파 카드가 그의 희망대로 위기를 극복하는 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현재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회계처리기준을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신 회장의 호텔롯데 연내 상장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은 최근 그룹 정책본부에서 오너가의 자금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잡고 차명의심 계좌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롯데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그룹 정책본부가 계열사들의 부당거래 및 인수합병 등을 주도하거나 관여한 단서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2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 임원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해당 임원들과 그룹 정책본부가 오너 일가의 자금을 계획적으로 관리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그룹 정책본부에서 신 총괄회장 부자 등 오너 일가 앞으로 조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자금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개설해 둔 차명의심 계좌를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첫 공식석상에서 애써 담담하게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이라며 "그룹의 리더 입장인만큼 동요를 막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어 긴장감과 초조함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빈 회장(사진)이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첫 공식석상에서 사과 표명과 함께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과 경영권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뉴스1)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