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분업화 시대)③전문화·세분화에 영세업체 난립 부작용

지난 5년간 제조사·도매업체 급증…"제약산업 선진화 역행" 우려

입력 : 2016-06-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국내 제약산업의 분업화가 추세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영세업체의 난립에 따라 하향평준화로 체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을 유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4년 19조3700억원으로 2010년(19조3500억원)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2013년(19조3200억원) 대비로는 0.3% 성장했다. 2014년 기준 전세계 의약품 시장(약 1210조935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다.
 
시장 규모는 정체 상태지만 업체수는 크게 늘어 났다. 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2010년 593개소에서 2013년 684개소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612개소를 기록했다. 도매업체 수는 2000년 1046개에서 2014년에는 2356개소로 늘었다. 
 
국내 제약업계는 영세성의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너도나도 복제약을 중심의 사업 구성이어서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웠다. 의약품 제조사는 600여개를 훌쩍 넘지만 전체 생산액에서 상위 2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3% 정도다. 3000억원 이상 생산하는 업체는 11개사에 불과하다. 시장의 60%를 580여개 제약사가 분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약개발 도전에 나서는 제약사는 일부였다. 120여년 제약업력에서 토종신약은 30여개에 그친다. 국내서 100억원대를 넘는 신약은 2개에 불과했다.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글로벌 토종신약도 전무하다.
 
정부는 영세화된 국내 제약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2010년 무렵부터 각종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해외보다 높이 책정돼 있는 복제약 약가를 절반으로 인하시켰다. 신약개발 R&D를 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에 약가 우대, 세제지원 등 정책도 실시했다. 복제약 과당경쟁을 없애기 위해 리베이트 엄벌책도 선보였다.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을 위해선 제약사 몸집의 대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국내 제약업계는 더욱 영세화되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제약사에 독립한 연구업체, 제제업체, 판매업체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상, 판매, 연구, 생산 등 비핵심 분야를 전문업체들에게 아웃소싱으로 넘기는 추세다. 
 
임상과 연구, 생산 등 분야는 전문성으로 인해 증가세가 크지 않지만 판매대행업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수 의약품 시장의 둔화로 제약사들은 대규모 영업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한국GSK, 한국화이자, 바이엘코리아,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전체 인력에 10%를 감축했으며, 감축 대상의 80% 정도가 영업사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제약사에서 이탈한 영업인력들은 소규모의 판매대행업체에 합류했다. 독립해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5년 간 도매업체 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매대행업체가 리베이트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 분업화가 추세이기 때문에 제조·판매 업체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제약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정책 기조에 따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전 장관이 지난 2011년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복제약 중심의 제약산업에서 탈피해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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