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건설현장, 재하도급 근절이 핵심"

다단계 하도급으로 공사비 깎이고 안전의식도 희박
하도급업체 간 임금체불도 문제…직불제 효과 못 봐

입력 : 2016-06-19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매년 반복되고 있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사고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건설업계에 만연해 있는 재하도급 근절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단계 재하도급으로 공사비가 깎이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해지는 것은 물론 임금체불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4일 경북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4공구 현장에서 교량 배수관 설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두 명이 추락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두 명 모두 재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로 밝혀졌다. 현장에는 안전망 등 안전장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작업 전 장비에 대한 현장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작업자 외에 관리감독자도 배치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재해라고 지적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원청인 종합건설사만 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수수료만 챙기고 다시 하도급을 주는 관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위법을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는 자재를 납품하는 것처럼 꾸며 놓고 실상 공사는 재하도급 업체들이 진행하는 식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대림산업(000210)이 써머스건설에 준 하도급을 써머스건설을 거쳐 현빈개발, 대원건설, 대성이앤씨 등 여러 단계의 하도급이 진행됐다. 사망한 근로자는 대성이앤씨 소속으로 알려졌다.
 
정내삼 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공사를 하지 않고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하도급 업체를 근절하는 것이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는 핵심"이라며 "이들 업체 대부분은 보유 기술이나 소속 기술자도 없는 사실상 유령회사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경우 산재적용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건설 현장에서는 팀 단위로 근로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팀장들이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하도급을 맡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팀장들의 경우 사용자로 판단돼 산재처리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다. 이번 사고에서도 사망한 근로자 중 한 명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산재처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사고와 함께 건설업의 고질병으로 통하는 임금체불도 재하도급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도급 대금 직불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원청과 하도급업체 간 체불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하도급업체 간 임금체불에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 하도급 업체가 페이퍼컴퍼니일 경우 고소나 고발을 통해서도 밀린 임금을 받기가 어렵다.
 
건설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안전공사비 절감을 위한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라며 "발주처에서 공사를 입찰하는 제도가 최저가낙찰제에서 종합심사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실제 낙찰 가격은 설계가에 비해 무조건 저가로 수주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가 수주에 맞춰 안전관리비도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가 수주를 하더라도 안전관리비는 정액으로 해 감소하지 않고 보존되도록 입·낙찰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의 모습. 사진/건설노조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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