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현실화, 세계를 흔들다…'혼란의 주말'

후폭풍 거세…영국 EU 탈퇴 재투표 국민 청원 250만명 돌파

입력 : 2016-06-26 오후 2:30:46
[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영국은 43년 만에 유럽연합(EU)과의 결별을 고했다. 영국 국민들의 탈퇴 결정에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검은 금요일’을 보냈다. 충격에 휩싸인 건 시장뿐만이 아니었다. 탈퇴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 영국 국민 사이에서는 투표 무효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유럽 지도자들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다시금 유럽 공동체의 통합 모델의 위기를 느끼게 됐다. 벌써부터 유럽 각국에서는 차기 탈퇴국을 논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상치 못했던 브렉시트로 지난 주말 전 세계는 그야말로 혼란의 주말을 보냈다.
 
지난 23일 영국의 EU 잔류와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시행됐다. 직전 조사 당시 잔류와 탈퇴 여론이 박빙이었던 것과 달리 24일(현지시간) 개표 결과 초반부터 탈퇴가 우세하게 집계됐다. 최종적으로 탈퇴 51.9%, 잔류 48.1%를 기록했다.
 
예상 밖의 결과로 인해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패닉 장세를 보인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를 대변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30년래 최저치까지 추락했으며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는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99엔까지 하락했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브렉시트를 현실로 맞닥뜨리게 된 영국 국민도 이를 믿지 못했다. BBC뉴스에 따르면 24일 투표 결과가 탈퇴로 확정되자 일부 영국인들 사이에서 재투표 추진 움직임이 일었다. 영국 하원 웹사이트에 올라온 재투표 청원서에는 주말 사이 250만여명 이상이 서명했다. 25일 오전 컴레스(ComRes)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 결과에 행복하다고 응답한 영국인들은 48%,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43%를 기록했다. 주말 사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EU란 무엇인가’, ‘EU 탈퇴 시 파급력’이었다.
 
BBC뉴스는 국민투표의 법적 구속력은 없어 하원이 EU 탈퇴를 막을 수 있으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을 결정한 이상 브렉시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월 캐머런 총리의 사임 이후 유럽과의 재협상에 나설 차기 지도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런던 전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며 잔류 진영에서는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언급됐다. 
 
무엇보다 잔류를 지지했던 EU 지도자들 역시 투표 결과에 상당한 유감을 표했다. 탈퇴 결과가 나오자 즉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핵심 6개국은 회담을 갖고 영국인들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유럽인들에게 유럽의 중요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 핵심 6개국 장관들은 캐머런 총리가 사임할 10월까지 협상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며 영국의 신속한 탈퇴 협상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EU의 창립 정신을 강조하며 유럽인들을 위해 EU 공동체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에도 EU는 흔들리지 않을 힘을 갖고 있다며 단단하다고 결속력을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예상 밖으로 영국의 탈퇴 결과가 나오면서 유럽 통합 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로 EU 내 극우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브렉시트가 EU 탈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의 마린 르펜 대표는 “영국의 선택을 환영한다며 이제는 프랑스 차례로, 자국에서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덴마크(덴시트), 체코(첵시트), 핀란드(픽시트), 네덜란드(넥시트) 등에 대한 차기 탈퇴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모두 유럽 통합으로 감당해야 하는 이민자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FT는 유럽 통합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수정하는 등 EU 지도자들의 반성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탈퇴층을 돌리지 못했던 이민자 문제를 포함해 통합 모델에 대한 지속성에 대해 EU 지도자들의 해답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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