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잉글랜드가 유로 2016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유로 2016 16강전에서 1-2로 역전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약 33만명의 소국인데 인구만 놓고 보면 서울시 도봉구 정도라고 한다. 그런 팀한테 FIFA 랭킹 11위의 잉글랜드가 패한 것이다.
축구계에서는 이를 '축구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며 의아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정말로 잉글랜드는 축구 강호인데 이번에도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탈락한 것일까?
과거의 성적을 돌아보자. 잉글랜드는 홈에서 열린 1966 월드컵 이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4위가 최고다. 이후 1994 미국월드컵 예선 탈락, 1998 프랑스월드컵 16강, 2002 한일월드컵 8강, 2006 독일월드컵 8강,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 그쳤다. 유로를 보더라도 1968 유로와 1996 유로에서 3위를 차지한 게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2004년과 2012년 8강이 그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며 그사이 2008년에는 예선 탈락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세계 축구는 잉글랜드를 강호로 분류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유로를 앞두고 잉글랜드를 우승 확률 순위 4위(10.5%)에 올렸다. 1위부터 3위까지는 프랑스(23.1%), 독일(19.9%), 스페인(13.6%)이 차지했다. 이탈리아와 벨기에 같은 팀이 빠진 게 의아할 정도다.
아무래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착시 효과'가 번진 분위기다. EPL이 어떤 리그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리그이자 그만큼 돈을 벌어들이는 리그다.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 23명 역시 루니, 알리, 케인, 바디, 스터리지 같은 EPL에서 뛰는 선수들로 전원 구성됐다. 여기서부터 기대감이 싹튼 셈이다. 사실 곱씹어보면 EPL의 살인적인 경기 일정은 자국 선수들의 국가대표 성적에 독으로 작용한다.
잉글랜드만이 가진 '축구 종가' 자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대회 예상만 보더라도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 당시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제프 허스트만이 "이번엔 잉글랜드의 우승자격이 있다. 1966년 월드컵 우승 이래 가장 강한 팀 구성을 했다"고 홀로 외쳤다.
역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잉글랜드는 축구 중심 '서유럽'과 분리돼 있으면서도 2001년에서야 스웨덴 출신의 스벤 예반 에릭손 감독을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했다. 축구 서적 <사커노믹스>에 따르면 이건 완벽히 자신들을 고립시킨 행위다.
게다가 2006년에는 다시 자국의 스티브 매클래런 감독으로 회귀했다. 이후 2007년에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 감독을 다시 데려왔지만 2012년에 다시 자국 출신의 로이 호지슨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변화의 연속성이란 측면에서 연결고리 없이 왔다 갔다 한 셈이다.
종합해보면 잉글랜드는 부진한 것이 아니라 원래 국제무대에서 16강과 8강을 오가는 정도의 성적을 가진 팀이다. EPL이 가져온 착시효과와 축구종가라는 타이틀이 그들을 과대평가하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도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자신감을 조금 띄워보면서 2002 월드컵 4강과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까지 더해 "잉글랜드 정도는 해볼 만한 상대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유로 2016에서 16강 진출에 그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사진/잉글랜드 대표팀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