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대우조선 부실 '책임회피'에 공분

임종룡 "조선업 불황이 주요 원인"…진웅섭 금감원장 "분식회계 적발 어려워"
국회의원들 "책임을 어떻게 지겠냐" "민원과 결산 관련 검사밖에 안했다" 등 질타

입력 : 2016-06-29 오후 2:30:1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의 국회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 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수주 불황'이라는 대외적인 요인을 꼽으며 화살을 피하기 바빴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여신 검사로는 분식 및 부실회계를 적발하기는 현실상 어렵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임종룡 위원장과 진웅섭 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금융위, 금감원 업무현황을 보고했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제기된 질의는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산은은 대우조선의 수조원대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의혹 등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의원들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이자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관련 질의를 쏟아냈다.
 
임종룡 위원장은 대우조선 부실의 원인을 짚어보라는 질문에 "조선업 불황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내부적인 방만 경영,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 미흡한 구조조정 체계 등 여러가지가 있다"고 대답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은 감사원 감사에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고, 산업은행은 자체 쇄신안을 내놓고 대국민사과까지 했다"며 "컨트롤 타워인 금융당국은 책임을 어떻게 지겠나"고 따져 물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외적으로는 조선업 불황, 대내적요인에서는 경영부실도 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경영관리 부실 문제도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산은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곳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대한 내용에서도 임 위원장은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 
 
이와 관련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임 위원장은 "서별관회의는 최종 결과물을 위한 중간 논의자리에 불과하다"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는 기구를 마련하는 등 구조조정 체계를 정비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관영 정의당 의원은 "산은 회장이나 수출은행 회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장이 구조조정 업무를 제대로 할 사람인가, 리더십이 있느냐를 잘 따져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시 인수위원회 출신이며, 이덕훈 현 수출입은행장도 박근혜 대통령과 동문으로 '서금회(서강금융인회)' 멤버다.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책임 추궁도 이어졌다.
 
정태욱 새누리당 의원은 "산은법에 따르면 금융위가 검사권을 갖고 있고, 금감원에 검사룰 수행하도록 지시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수년동안 금감원은 소비자 민원과 결산 관련 검사밖에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금감원이 산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요청을 하면 당연히 수행토록 했다"면서도 "다만 산은이 감사원이나 국정 감사 등 다른 감사들도 받기 때문에 감사가 집중되지 않도록 고려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감독 업무 위탁을 받았기 때문에 사전보고를 금융위에 해야하나. 금감원장 회계검사나 조사를 한다고 하면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냐 못들어가냐”고 되물었다.
 
진웅섭 원장은 "금감원에서 수행하는 검사라는 것은 개별 여신에 중점을 두다보니 분식회계와 관련 된 사항은 깊이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조선과 건설사 등 수주 중심의 회사는 회계투명성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별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외감법(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하반기 국회 제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청문회나 국정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 의원은 "앞으로 우리나라 구조조정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의 전 과정을 그려보고 시스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청문회 개최 여부는 국회서 결정할 의견이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데다 (청문회 추진으로) 구조조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감안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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