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유선 1위 KT와 무선 1위 SK텔레콤이 유무선 통합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격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KT와 SKT는 상대 주력상품 공격을 위한 파격적인 상품을 잇따라 출시, 싸움을 지켜보는 투자자는 가슴을 졸이지만, 가입자는 요금인하 등 전에 없던 혜택을 보게 됐다.
SKT는 지난 21일 자사 가입자가 지정한 지역 한 군데에서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 휴대폰에 전화를 하면 10초당 13원, 유선전화에 전화를 걸면 3분 39원의 인터넷 전화 요금을 받는 티존 요금제를 출시했다.
티존 요금제는 다른 할인제도와 중복 할인이 가능하며, 매월 기본료에 2000원씩만 더 내면 된다. SKT는 티존 요금제 출시에 대해 “KT 집전화를 겨냥했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이순건 SKT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이제 유선전화 통화를 이동전화가 대체하는 FMS(유무선통합대체상품) 서비스가 출시돼 이동통신이 집전화나 인터넷전화 등 유선통신을 빠르게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SKT의 공격본능을 살아나게 한 것은 바로 유선 1위 사업자 KT.
SKT 티존 발표에 한주 앞선 지난 14일, KT는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선보였다. 3세대 이동통신(3G), 와이브로, 무선랜(Wi-Fi) 접속이 가능한 3W단말기도 공개했다.
KT 내부에서는 "휴대폰단말기에서 무선인터넷전화가 가능해지면 이용자들이 적어도 30% 이상 저렴한 인터넷전화만 이용하게 돼 결국 이동통신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채 KT 회장도 "3W단말기 출시를 결정하는 문제는 내부 자가잠식에 대한 우려로 쉽지 않은 문제 였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무선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유선 전화 시장은 물론, 무선시장의 잠식까지도 각오했다는 의미다.
SKT도 티존을 내놓으면서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전화 시장 잠식까지도 감수하고 나왔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KT와 SKT의 한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에 대해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SKT의 티존 서비스가 무선 지배력을 이용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지만, 할인지역 설정을 몇 개로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개인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상 한 곳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3개 이상 늘려야 가입자 붙들기(Lock-In) 효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할인존을 늘릴 경우 SKT의 매출 저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도 그리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KT의 경우, 인터넷전화를 앞세운 FMC의 싼 요금제로 가입자 모으기에 나설 것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FMC 영업 참여 이후 누적되는 매출 감소폭을 어떻게 메울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KT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줄여 매출 감소가 서서히 이뤄지는 효과를 이용해 버틴다는 전략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허리띠 졸라매기 싸움에서 결국 SKT가 조금 더 여유가 있지 않겠냐"고 전망하면서, "4만명에 가까운 KT 인력과 6000명 수준의 SKT의 인력구조에서 누가 효율적이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어쩌면 고정비용 차이에서 결정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인터넷 전화 1위와 무선 3위를 지키고 있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 통신 3사는 ‘규모의 경제’를 외치며 내년 1월1일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