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찬 사회부 기자
검찰이 뒤숭숭하다. 잘 나가던 검사장은 '주식대박' 의혹으로 100억원 이상을 쓸어 담아 피의자 신세가 됐고, 30대 초반의 젊은 평검사는 과중한 업무와 상사의 폭언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김수남(57) 검찰총장이 직접 특임검사를 임명해 ‘주식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진경준(49·연수원 21기) 검사장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고 김홍영(33·연수원 41기) 검사의 죽음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그러나 늦은 감이 있다. 진 검사장에 대한 특임검사의 수사 조치는 고발장이 접수된 지 석달이 지나서야 내려졌다. 김 검사에 대한 조치도 김 검사의 어머니가 눈물로 언론에 호소하고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한목소리를 내자 떠밀려 나온 모양새다.
다른 듯 보이는 두 사건은 ‘검찰권력’이라는 접점에서 맞닿아 있다. 우선 ‘진경준 사건’은 기업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권력에 줄을 댔다는 의혹이 전체의 얼개다. 실제 검찰과 넥슨은 2011년 11월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백업 서버 해킹 사건으로 마주쳤는데, 당시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수사를 지휘한 부장검사는 진 검사장과 법무부 검찰국에서 같이 근무했다.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특임검사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김 검사의 죽음도 비슷하다. 그의 죽음은 업무과중과 도제식 교육, 고압적 상명하복 조직문화에 기인한다. 그 뿌리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이 문화는 검찰권력을 떠받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뿐이다.
김 총장은 김 검사의 죽음 이후 대책으로 형사부 인력을 대거 늘릴 것을 일선 검찰청에 주문했다. 그러나 인력을 늘려 업무를 줄이는 것은 땜질식 방법에 불과하다. '태이불교 위이불맹'이라는 공자님 말씀을 들어 젊은 검사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라는 당부도 구호에 머물 뿐이다.
검찰은 이번에야 말로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검찰권력'에 취해 밖으로는 대접받기를 당연시 하고, 안에서는 “우리 때는 더 했다”며 젊은 검사들을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유명한 영화대사 대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스로 권력을 경계해야 검찰이 산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