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모든 개미는 근면한 일꾼'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정한다. 모든 개미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의 개미만 죽어라 일하고 나머지 80%는 베짱이 못지 않게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개미 사회는 유지된다.
흔히 '80:20 법칙'이라고 불리우는 파레토법칙은 상위 20%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거나 소수의 엘리트가 집단 전체의 성과를 결정한다를 의미한다.
금주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의미하는 파레토의 법칙을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한 고위 공직자에게서 봤다. 나향국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한 언론매체와의 저녁자리에서 믿기지 않는 망언을 했다.
해당 언론에 따르면 나 정책기획관은 "민중은 개·돼지"라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막말은 곧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분노의 댓글이 넘쳐났고 정치권과 교육계도 즉각 파면 등 공직 추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나 정책기획관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 본심이 아니라 영화 '내부자들'에 나온 말을 한 것"이라며 "과음하고 과로한 상태였다"고 울먹거리며 해명을 했으나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12일에는 교육부의 파면 결정이 이뤄졌음에도 국민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국민의 분노가 들끊는 것은 당연하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 과업을 수행하는 교육 관료 입에서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정면 부인한 공무원에게 그 동안 월급으로 준 국민의 세금이 아까울 정도다.
오죽했으면 소설가 조정래씨는 "국민의 99%가 개·돼지 새끼들이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 받아놓고 살아온 그는 누구냐. 그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맹비난했을까.
2~3급 고위공무원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주요 정책을 기획·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이런 막중한 자리에 삐뚤어진 사고를 가진 인물을 앉힌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국민이 우매해서 공무원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일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놔줘야 할 교육부가 '신분제 공고화' 등의 사고를 가진 이로 채워졌으니 대한민국 교육이 잘 될 리가 없다.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국민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 사고가 적나라한 공직사회 및 교육계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 정말 '개·돼지'만도 못하는 공직 부적격자들은 걸러내고, 공직사회는 쇄신해야 한다. 민중의 분노가 그 어느 것보다 무섭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박진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