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치과의사도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 할 수 있다"

전원합의체 "전문성 인정…선택 몫은 의료소비자에게"

입력 : 2016-07-21 오후 4:24:0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치과 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환자의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 시술을 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치과의사 정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치과의사에 의한 보톡스 시술이 공중보건을 현실적으로 위협한다고 볼 수 없고 전문직역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검증, 규율이 이뤄지는 한 시술을 선택하는 것은 의료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이 판결 취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학과 치의학은 학문적 원리가 다르지 않고,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실제로 양악 수술이나 구순구개열 수술 등 양쪽이 모두 시술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며 의학과 치의학의 학문적 원리의 유사성을 인정했다.
 
또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병원의 진료과목과 치과전문의의 전문과목에 포함돼있고, 구강악안면외과학은 치과의사 국가시험 과목이며,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안면부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구강이나 턱 부분으로 보기 어려운 머리, 비골 등 부위에 관한 치과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매년 적지 않은 요양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치과 의료 현장에서는 사각턱 교정, 이갈이, 이 악물기 치료 등의 용도로 이미 보톡스를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보톡스의 시술에 대해 교육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일반의사의 경우보다 사람의 생명·신체와 공중보건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2011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병원에 내원한 환자 2명에게 눈가와 미간 주름치료를 위해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정씨의 보톡스 시술이 치외과적 시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다며 유죄로 판단,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해 지난 5월19일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치과의사는 ‘입 안 및 치아의 질병이나 손상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현실적인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해보면 치아, 구강 그리고 턱과 관련되지 않은 안면부에 대한 의료행위가 모두 치과 의료행위의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안면부 보톡스 시술 역시 의사만의 업무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 이번 판결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 전문은 대법원이 서비스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결정문 제공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공개변론 역시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지난 5월19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사건' 공개변론에서 변호인측 참고인이 진술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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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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