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내년 2월 시범 방송을 앞두고 있는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방송신호 암호화가 사실상 허용됐다. UHD 방송신호 암호화는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상파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다만 정부는 TV 제조사와의 협의를 단서로 달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해 '방송표준방식 및 방송업무용 무선설비 기술기준'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통해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을 북미식(ATSC 3.0)을 따르기로 했다. 북미식은 최신 기술이 적용돼 유럽식보다 수신 성능이 우수하고, 인터넷(IP) 기반 통신과 융합된 방송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래부는 UHD 방송신호 암호화와 관련해 TV 제조사와의 협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하도록 했다. 미래부는 "지상파가 콘텐츠 보호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청자의 방송 시청에 제약이 없도록 수상기 제조사와 협의를 거쳐 지상파 UHD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조치가 수반된 경우에 한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UHD TV(왼쪽)와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 사진/삼성전자
미래부가 사실상 UHD 방송신호 암호화 도입을 허용하면서 당분간 논란이 될 전망이다. UHD 방송신호 암호화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UHD 방송신호 암호화를 통해 콘텐츠 불법 유통을 막고자 한다. 지상파는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연간 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임중곤 KBS UHD추진단 팀장은 "방송신호 암호화는 콘텐츠 제작 참여 주체에 정당한 대가를 돌려줘 양질의 콘텐츠 재생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업계는 그러나 UHD 방송신호 암호화 도입에 부정적이다. 셋톱박스 단가 상승은 물론 재송신료(CPS)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신호가 암호화 되면 지상파의 보편적 시청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CPS 협상에서 지상파가 압도적인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V 제조사 역시 UHD 방송신호 암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UHDTV와 달리 국내에 판매되는 UHDTV에만 별도로 암호화 기술을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TV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UHD 콘텐츠 보호기술을 TV 제조사와 협의 후 가능토록 한 것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에서 발을 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