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독점에 따른 방만한 경영으로 비난을 받던 공기업들이 친환경, 고효율,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인 '녹색성장'에 맞춰 국가 기간산업인 에너지, 자원, 국토 관리 등을 전담하고 있는 공기업들의 긍정적 변신이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녹색으로 진화하는 공기업들의 노력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 듯 한국에도 모든 국내산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이 있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 국내 산업의 필수요건인 전기라는 공공재를 공급해 온 KEPCO(
한국전력(015760))가 그 중심이다.
19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로 창립한 국내 최대의 에너지공기업 KEPCO는 지난해 글로벌 위기이후 '신(神)의 직장'이란 오명을 벗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태양광 등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 신성장동력인 스마트그리드를 목표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변화와 발전의 키워드는 공기업 마인드에 사로잡혔던 KEPCO에 전문 경영 문화를 도입한 김쌍수 사장과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다.
◇ 위기..파격과 혁신으로 뛰어넘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자산규모 65조원, 2만37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거대 공기업인 KEPCO의 조직과 효율성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먼저 '철밥통'이란 KEPCO의 인사제도를 파격적으로 개선했다.
올해 초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4500여개의 간부급 인사이동을 단행한 것. 이전 순환보직제도와 차별화된 공개경쟁을 통한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였다.
이같은 철저한 성과 평가를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선 KEPCO는 지난해 본사는 21%, 지역사업소는 무려 48%에 가까운 인력 조정을 추진하며 '건전한' 위기의식과 성과지향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
KEPCO는 또 업무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완전히 세분화시켜 원인을 파악하고 새로운 사고와 방식에 따라 경영시스템을 재구성하는 프로세스인 'TDR(Tear Down & Redesign)'을 도입했다.
실제 지난해 TDR 시범과제로 문서간소화, 컴팩트형 변전소모델 개발, 변압기 교체기준 개선 등을 수행한 결과 연간 1117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내년에도 유휴자산 매각과 외부발주 축소, 사업집행기준 조정, 에너지 절감과 10%의 임금인상분 반납 등 159개의 추진과제를 달성해 1조4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약 4%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창립기념식에서 김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 82조원, 해외매출 27조원을 달성하는 세계 5위의 전력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사업다각화로 글로벌 경영을 달성키 위해 KEPCO는 정부의 녹색성장 동력인 스마트그리드,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등 8대 녹색성장 동력화 기술에 모두 2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KEPCO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수립했다.
녹색산업관련 매출을 현재 2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KEPCO는 ▲ 녹색전력기술 성장 동력화 ▲ 글로벌 녹색 비즈니스 확대 ▲ 저탄소에너지 시스템 구축 ▲ 저탄소 녹색성장 인프라 확충 등 4대 추진분야를 전략을 통해 세분화해 추진할 계획이다.
◇ '글로벌 탑5'의 꿈..KEPCO의 새로운 도전
또 해외자원 특히 우라늄에 대한 자주개발율 확대를 위해 지난 7월 세계 10위의 우라늄 생산기업인 캐나다 데니슨사의 지분 17%를 인수하며 내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300톤의 우라늄을 확보해 자주개발률을 8%가량 높였다. 한국의 연간 우라늄 사용량이 4000톤인것을 감안하면 6년간 1800톤은 절반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KEPCO는 "단순한 해외기업 지분참여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우라늄 생산기업의 최대주주로 광산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것"이라며 "이후 우라늄 메이저 기업들과의 광산 공동개발 가능성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KEPCO의 발전기술 수출은 이미 전세계 39개국에 진출해 있다.
필리핀 전체 전력공급의 14%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KEPCO는 세계 최대 민자발전 격전지인 중동의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약 29억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을 수주하며 해외로의 발전소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해외 사업진출을 통해 KEPCO는 지난해 해외에서만 5000억원의 매출과 107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공해유발 업종인 전력산업의 녹색화 노력도 확대해 전력그룹사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과과 지원을 강화하고 청정개발체제(CDM)사업 추진을 통해 연간 460억원의 탄소배출권 판매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KEPCO는 공기업의 고객만족도에서 10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은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기업'으로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고, 각종 전기료 인상요인을 줄이는 것이 KEPCO의 공공의 임무다.
지난해 3조원에 육박했던 KEPCO의 적자규모는 이미 한 차례 요금 인상을 이끌어낸 적이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가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KEPCO는 잘 알고 있다.
KEPCO 관계자는 "공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또다른 방식은 더 많은 사업적 성과를 내놓는 것"이라며 "KEPCO는 해외사업 신규수주, 미래성장동력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선 등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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