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KT·SKT 수장들, 양보없는 '입씨름' 배경은?

유무선통합시장 패권 놓고 전면전 조짐
이석채 "우리가 원하는 세상 만들것" vs. 정만원 "양적경쟁으론 우리 못이겨"

입력 : 2009-11-02 오전 10:49:17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유선 1위 KT와 무선 1위 SK텔레콤이 통신시장의 패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KT가 인터넷전화를 앞세워 SK텔레콤의 이동전화시장 아성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면서, 두 회사 수장들이 앞장서 상대에 대한 발언을 수위를 높이는 등 전면전에 돌입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KT의 이석채 회장.
 
이 회장은 지난달 14일 유무선통합서비스(FMS)를 선보이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내놓은 서비스는 다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KT는 무선인터넷 요금을 내리며 무선랜(Wi-Fi) 지역에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전화(VOIP)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아 SKT의 이동전화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SK텔레콤도 본격적인 응전에 돌입했다.
 
우선 정부의 요구에 밀려 시작할 예정인 1초 과금제 마케팅을 제쳐놓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성서비스의 요금을 낮췄다.
 
SKT가 내놓은 KT 대항마는 집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일부 요금을 인터넷전화로 과금하는 유무선대체상품(FMS)이다.
 
자회사 SKT브로드밴드의 인터넷 전화에까지 희생을 강요하며, 이동전화 1위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만원 SKT 대표이사는 지난 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KT의 도전에 대해 "그 정도 서비스로는 어림없다"고 일축했다.
 
유무선통합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려는 두 회사 수장들의 의지도 대단하다.
 
KT는 FMC 서비스 도입 여부를 놓고 집전화와 이동전화 시장에 대한 자가잠식 우려로 내부의 반발이 상당했지만 이석채 회장이 이를 모두 물리치고 도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스스로도 "대단한 격론이 있었지만 원하는 서비스를 내놨고, 결국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KT FMC가 성공하려면 아이폰 등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돼야하고, VOIP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KT의 승부수인 FMC 도입이 성공하려면 이동전화 뿐만 아니라 집전화 매출까지 줄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SKT 정만원 사장도 질세라 "양적경쟁으로는 절대 우릴 못 이긴다"거나, "KT가 무슨 전략을 갖고 있는지 다 안다"는 식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SKT는 FMS인 '티존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이동전화의 자가잠식 가능성을 인식했지만, KT의 가입자 뺏기 전략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선 1위인 SKT조차도 티존 요금제의 지역선택을 1개로 제한하는 등 자가잠식에 대한 두려움을 노출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한다.
 
SKT는 티존 요금제를 2~3개월 운영해보고 지역 선택을 더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SKT가 자사 2500만명 가입자 가운데 티존 예상 가입자를 260만명에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기업용 상품을 내놓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자가잠식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쟁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편하게 지냈지만, 요즘은 너무 힘들다"며, 치열한 경쟁에 대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통신사업구조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며 "앞으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 30일 통신사업자의 무선인터넷 시장 경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큰 신규 와이브로 사업자 진입과 활성화 대책을 대거 내놓은 상태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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