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컬처밸리로 한류 브랜드 영속성 잇는다

입력 : 2016-08-02 오후 1:27:26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지난 4월 유니버설스튜디오 할리우드에 새롭게 문을 연 ‘해리포터의 마법세계’. 개장 첫날 새벽 2시부터 인파들이 몰렸다. 디즈니랜드에 고전하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16억달러를 들여 문을 연 해리포터존을 통해 대반전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디즈니랜드도 이에 맞서 10억달러를 투자해 스타워즈 존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테마파크 트렌드는 단순 탑승기구 위주의 구성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미디어 콘텐츠 결합 체험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테마파크 양대 산맥인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역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입힌 라이드(놀이시설)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해리포터 테마존은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마법사들의 마을인 호그스미드 등 소설 속 모습을 그대로 옮겨놨다. 여기에 3D 라이드 ‘해리포터와 금지된 여행’, 야외 롤러코스터 ‘히포그리프의 비행’ 등이 갖춰져 방문객들에게 실제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국내 대형 테마파크들은 여전히 단순 탑승기구 중심의 유원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 30년 이상 오래된 시설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각종 규제 속에 유니버설스튜디오, 레고랜드 등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도 난항이다. 관광산업의 효과를 기대하며 테마파크 증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는 대조적이다.
 
K-컬처밸리 조감도. 사진/뉴시스
 
이 가운데 세계 최초 한류 콘텐츠를 최첨단 기술로 구현할 한류 콘텐츠파크 ‘K-컬처밸리’가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갔다. K-컬처밸리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감성을 담은 한류 콘텐츠를 최첨단 기술로 구현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꾸며진다. 독자적이면서도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게 CJ의 방침이다. 판옥선 형상의 기구를 탑승하면 영화 ‘명량’의 한 장면이 펼쳐져 바다 위 파도를 느끼고 역사 속 인물이 돼 스토리를 체험하는 식이다. 2000석 규모의 융복합 공연장, 쇼핑시설과 한국 전통의 콘셉트를 살린 숙박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한류는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1.0’과 K팝으로 대변되는 ‘한류 2.0’, K무비, K뷰티 등으로 확장된 ‘한류 3.0’으로 진화해왔다. 앞으로는 한류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영속성을 갖도록 테마파크와 같은 콘텐츠 소비 플랫폼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 등 콘텐츠산업 선진국은 콘텐츠 생명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테마파크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디즈니는 199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인기를 얻자 디즈니랜드에 토이스토리 테마존을 열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갔다. 이후 토이스토리2, 3 등 속편을 제작해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해리포터 역시 1997년 처음 개봉된 이후 7권의 소설과 8편의 영화를 통해 20여년간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제 테마파크에 이야기가 입혀져 브랜드 가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소설과 영화를 접하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가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미국식 ‘할리우드 문화’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자국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지속 창출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CJ는 K-컬처밸리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유통·확산시킴으로써 한류스타로 대변되는 기존 한류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투자비도 당초 계획인 1조원보다 40% 늘린 1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CJ 관계자는 “테마파크는 그 특성상 초기 투자가 크나 투자 회수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며, 관람객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확고한 비전과 의지 없이는 할 수 없다”며 “국내 대표 문화기업으로서 ‘한류’가 단기간에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K-컬처밸리 준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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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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