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위해 사진 몰래 찍어 증거로 제출…"초상권 침해"

법원 "공개된 장소·증거 수집 목적 사유만으로는 정당화 될 수 없어"

입력 : 2016-08-02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민사 재판에서 이기려고 상대방의 사진을 몰래 찍어 증거로 제출했다면 초상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성수)는 배드민턴 클럽 회원 김모씨 등 8명이 회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씨는 이들에게 3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 등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 2014년 1월 제명당했다. 김씨와 이씨가 각각 클럽의 회장 입후보자로 출마하고 이씨가 회장에 당선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김씨 등은 클럽을 상대로 '제명 무효'를 주장하며 법원에 민사 소송을 냈다. 클럽 측은 "김씨 등이 사조직을 만들어 클럽을 분열시키고 임시총회와 월례회의 등 각종 회의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맞섰다.
 
'제명 무효'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클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클럽 측은 항소하는 한편, 이 회장은 1심 선고 직후 클럽 코트 안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김씨 등의 얼굴과 신체 등을 수회 촬영했다.
 
그해 12월 이 회장은 김씨 등이 찍힌 사진들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며 '이들이 클럽 회의와 운동 및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처럼 증거로 사용했다. 김씨 등이 항의했으나 이 회장은 이듬해 3월 이들의 사진들을 또다시 제출했다.
 
결국 김씨 등은 이 회장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2000만원대 소송을 냈다. 1심은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 회장은 각 3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이 회장은 항소를 제기하며 "제명 무효 소송에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제출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며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회장은 김씨 등의 의사에 반해 얼굴 및 신체를 사진 촬영했고, 진행 중인 재판에서 승소하고자 이 사진들을 비난 및 공격 자료로 사용했다"며 "이는 초상권 침해에 해당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초상권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거나 민사 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이 김씨 등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각 3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며 이 회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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