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의 사무실과 관련 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가 MB정권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일 서울에 있는 강 전 행장의 사무실과 주거지, 지방에 있는 건설업체 바이오관련업체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업체들은 대우조선해양의 거래처로 모두 강 전 행장과 관련이 있다.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남상태(66·구속기소) 전 사장과 고재호(61·구속기소) 전 사장에 대한 개인비리 의혹과 분식회계(회계사기) 혐의 등을 수사해왔다.
수사가 강 전 행장으로 확대 된 것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경영비리에 강 전 행장이 연루된 정황을 특별수사단이 포착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경영비리와 관련해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행장 직무와 관련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전 행장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산은금융그룹 회장과 산업은행장직을 겸했다. 남 전 사장(2006년 3월~2012년 3월)과 고 전 사장(2012년 4월~2015년 5월) 재임기간 모두 산업은행장으로 있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으로 관리·감독 의무가 있다. 특별수사단이 고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만 밝혀 낸 회계사기가 5조7000억, 부당대출 등 사기 규모도 21조원이다. 남 전 사장 재임 중 회계사기 규모 등은 아직 파악 중이다. 주채권 은행의 행장으로서 당연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회계부정에 대해 관리·감독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특별수사단은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이나 고 전 사장으로부터 연임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 전 사장은 2차 연임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줄을 댔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 전 행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장이었고,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2년간 이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했다.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이른바 MB정부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의 판을 짠 인물이다. 이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거쳐 2011년 3월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연임 청탁을 들어줄만한 충분한 영향력이 있었다.
경영비리와 관련해 특별수사단이 강 전 행장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거래업체를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것도 이런 점에서 우연치 않아 보인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이 거래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강 전 사장에게 건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자금 흐름이 MB정부 인사들쪽으로 간 것이 확인된다면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MB정권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2011년 4월 시중은행장들과 갖는 첫 공식적인 자리인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명동 은행회관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