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국내 10대 재벌가문 소속 상장기업들의 주식가치가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범 삼성가(家) 상장사들의 시총만 전체 4분의 1에 달했다. 소수 재벌 중심의 극히 편향된 한국경제 구조를 보여준다. 부의 집중은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며,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3일 CEO스코어가 재계 10대 대기업 가문 소속 상장사 181곳과 대주주 일가의 보유주식 가치를 조사한 결과, 7월 말 기준 778조5277억원으로 평가됐다. 이중 대주주 일가 416명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70조1475억원이다. 10대 가문 상장사 수는 전체 주식시장 상장기업(2064개사)의 8.8%에 불과했지만 주식가치는 전체 시총(1498조5692억원)의 51.2%를 차지했다. 대주주 일가가 직접 보유한 주식가치는 4.7% 수준이었다. 상장사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망라했으며, 대기업 가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선정 기준을 따랐다.
가문별로는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가 소속 4개 그룹 42개 상장사들의 시총이 380조892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주식시장 시총의 25.4%, 10대 가문 소속 상장사 시총의 절반(48.9%)에 달하는 엄청난 비중이다.
2위는 범 현대가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KCC, 한국프렌지공업, 한라, 현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현대중공업, 현대해상, 후성 등 10개 그룹에 속한 40개 상장사들의 시총은 140조1708억원이었다. 전체 주식시장의 9.4%, 10대 가문 시총의 18.0%에 해당된다. 다만 삼성과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었다. 3위는 LG, LB, LF, LIG, LS, 레드캡투어, 엑사이엔씨, 쿠쿠전자 등으로 분화한 범 LG가였다. 범 LG가 소속 25개 상장사들의 시총은 86조2467억원으로, 전체 주식시장의 5.8%에 해당했다. 10대 가문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1% 수준.
이어 16개 계열사가 상장된 범 SK가가 80조6978억원으로 4위, 롯데, LT, 농심 등이 속한 범 롯데가가 28조2360억원으로 5위, 한화와 빙그레 등을 거느린 범 한화가가 16조6057억원으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범 효성가(효성, 한국타이어) 14조8660억원, 범 GS가(GS, 새로닉스, 코스모) 12조4403억원, 범 한진가(한진, 한진중공업, 메리츠, 유수) 10조4673억원, 범 두산가(두산) 7조9046억원 등도 재계를 대표하는 10대 가문에 꼽혔다.
개별 그룹별로는 삼성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삼성 15개 상장사의 평가액은 347조2764억원으로 전체 주식시장 시총의 23.2%에 달했다. 10대 가문 전체 시총 내 비중은 44.6%로, 절반에 가까웠다. 현대차 소속 11개 상장사들의 시총이 100조8392억원으로 2위, 시총 80조6978억원의 SK가 3위로 빅 3를 형성했다. 이어 LG(77조2613억원), 롯데(24조8637억원), 한화(15조9861억원) 등의 순이었다.
대주주 일가별로 따져도 보유주식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역시 삼성이었다. 범 삼성가 소속 26명이 보유한 24개 상장사의 지분가치는 29조8822억원에 달했다. 전체 주식시장 시총의 2.0%에 해당한다. 2위는 범 현대가로, 일가 70명이 32개 상장사 주식 13조6031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3위는 128명이 7조6246억원의 상장사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범 LG가가 차지했다. 범 SK가는 5조20억원으로 4위, 범 효성가 4조4530억원으로 5위, 범롯데가 2조9827억원으로 6위에 랭크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