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포대를 당초 결정된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대신 군내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대구·경북(TK) 지역 초선의원들과 성주가 지역구인 재선의 이완영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격의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모든 의원들이 국정 현안까지 거론하며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같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성군군민의 우려를 고려해 군에서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성주군 내에 새로운 지역을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 조사하도록 해보겠다”며 "결과를 성주 군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영 의원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제가 성주 내에서 지역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며 “성산포대가 군민이 바로 볼 수 있는 앞산이고 여전히 반대도 강해지고 있다고 성주 상황을 설명하자 박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사드를 군내 다른 장소에 배치하는 것에도 반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군민들의 뜻은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국방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성주 지역 내 다른 부지의 가용성 검토를 요청한다면 자체적으로 사드 배치 부지의 평가기준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방부가 기존의 말을 바꾼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기존에 결정된 부지(성산포대)가 최적의 적합지"라며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 가용성, 비용, 공사 기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부지 변경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성주군민이 많이 살고 있는 읍 단위 지역의 사드 배치 발표가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자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면단위 지역으로 철수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우롱이자 일구이언"이라며 "성주군 내 갈등을 조장하고, '읍과 면', '면과 면'의 싸움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