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물 들어 왔을 때 노 저으랬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KCON 2016 LA’는 한류 열기에 대한 확인이었다. 7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팝을 중심으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식기 전에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할 때다.
올해 KCON은 K뷰티, K푸드, 게임 콘텐츠 등을 포함해 한층 풍성해졌다. 한류를 활용한 융합산업 형태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K팝 열풍이 5~6년 전에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속도가 느린 감도 없지 않다. 문화 콘텐츠의 시류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한류는 성장이 둔화된 우리경제에게는 기회다.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까지, 중국의 도전은 위협이 됐다. 하드웨어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소프트웨어로 승부해야 한다. 그 핵심은 콘텐츠다.
할리우드는 수십조원의 직·간접 경제효과로 미국을 지탱한다.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쥬라기공원, 트랜스포머, 해리포터 등의 콘텐츠 기반 테마파크로 지속적인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엣지 배트맨 에디션을 출시해 순식간에 완판됐다. 기능은 같지만 배트맨 프리미엄과 희소성이 120만원 상당의 가격부담을 꺾었다. 해외 기업들은 일찍이 자사 제품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영역에 적극 투자해왔다. 애플은 음악이나 미디어 관련 기업을 인수해 자체 드라마 제작까지 뛰어드는 등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한류를 콘텐츠로 묶고 산업과 융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문화나 패션, 유통 등 관련성이 높은 분야를 제외하면 반응이 시큰둥하다. KCON만 해도 메이저 스폰서가 3년째 토요타다. 한류와 무관할 뿐더러 업종 연관성도 적은 일본 기업이 오히려 한류를 활용하고 있다. 한 켠에 마련된 가상현실관(VR 쇼케이스)에 대한 현지 반응은 한류가 부여한 기회를 증명한다. 관람객들은 VR이라는 색다른 콘텐츠 체험기회에 즐거워했다. 이 모두가 잠재 고객이며, 이를 유인한 이는 다름아닌 한류다.
한류는 10~20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한국 상품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심어준다. 행사에 참여한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K컬처의 잠재적 소비자를 육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음식, 패션, 뷰티, IT 등 한국 기업들에 효율적인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은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목을 멜 필요가 없다. 이미 세계 곳곳에 퍼진 한류를 제대로 활용만 해도 기회가 주어진다. 한류가 식으면 천금 같은 기회마저 사라지게 된다. 한류는 기업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다시 기업이 만든 우수한 상품이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제고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문화와 산업이 함께 융성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의 출발은 우리 앞에 놓인 한류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