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분 4~8%로 쪼개서 판다

연내 과점주주 매각 완료 방침…사실상의 민영화

입력 : 2016-08-22 오후 2:24:28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30%를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쪼개서 팔기로 했다. 이번 매각이 성공할 경우, 우리은행은 정부가 아닌 민간 과점주주 주도로 운영될 전망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제125차 회의를 개최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보고 받고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요점검 결과, 우리은행 지분을 통으로 파는 경영권 매각 방식은 시간이 지나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대신 공자위는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 등 3대 과제를 이루려면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결론지었다.
 
과점주주 매각방식이란 지난 2015년 7월에 발표한 대로 주요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참여하는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매각 방식을 말한다.
 
윤창현 공자위 위원장은 "이번에는 매각에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시장의 잠재수요에 최대한 부합하는 내용으로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마련했다"며 "이 방식이 민영화 3원칙 달성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총 매각물량은 예보 보유 지분 51.06% 중 30%다. 투자자 1인당 매입 가능 물량은 최소 4%에서 최대 8%까지다. 컨소시엄도 허용된다. 매각은 투자의향서(LOI) 접수, 입찰의 2단계로 진행된다. 매각공고는 오는 24일에 나고 내달 23일에는 LOI를 접수가 시작된다. 11월 중 입찰이 마감되면 낙찰자 선정이 이뤄지고 12월까지 주식 양수도 및 대금 납부 등 모든 매각 절차가 종료될 예정이다.
 
◇윤창현 공자위 위원장이 8월22일 프레스센터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법령상 공모관련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입찰 참여는 LOI를 제출한 투자자로 한정된다. 낙찰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입찰가격 순으로 결정하되, 이번 매각이 경영권 매각과 소수지분 매각의 중간적 성격임을 고려해 비가격요소 평가를 낙찰자 선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매각에서 4%이상 낙찰 받는 투자자(동일인기준)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하고, 예보와 은행이 협조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차기 행장 선임은 금번 매각종료 이후 추진해 과점주주들이 이사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행장 선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법적으로는 예보가 단일주체로서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보유하게 되나, 실질적으로는 민간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의 목적 아래각자 자율성을 갖고 상호 협의 하면서 집단적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점주주 매각이 성공하면 공자위는 매각 후 즉시 예보와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지할 예정이다. 게다가 과점주주들의 총 물량이 30%로 예보의 지분(21%)을 앞지르게 돼 이번 매각 성공하면 실질적인 민영화를 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보는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공자위와의 논의를 통해 추가로 잔여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주도의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비상무이사를 통해 이사회에서 기업 가치와 직접 관련되는 중요 사항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예정가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입찰 마감 직전에 공자위를 열고 ▲입찰마감일 당일의 종가, 일정기간 동안의 주가흐름 ▲매도자 실사 결과 우리은행의 적정 주가 ▲매각성사 가능성 및 공적자금 회수 규모 등과 같은 변수를 고려해 예정가격을 정할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과점주주 매각을 낙관하고 있다.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의 잠재 투자수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수요조사 과정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우리은행 민영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이러한 판단의 근거다.
 
다만,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시장상황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은 편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해외투자자가 과점주주로 참여할 경우 국부유출 논란이 일 수 있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이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은행에 약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재까지 정부는 8조2000억원을 회수했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51%를 정리해 나머지 4조6000억원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번번히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기존의 경영권 매각 방침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51%)을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후 투자자들 대상으로 시장조사와 수요자 파악을 진행해왔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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