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글로벌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새 운영체제(OS) ‘윈도10’에 새 브라우저 ‘엣지’와 기존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 11을 함께 탑재하면서 명성 회복을 노렸지만, 구글의 ‘크롬’ 벽에 부딪혔다.
22일 글로벌 웹 분석 전문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글로벌 PC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IE의 점유율은 윈도10이 출시된 지난해 7월 약 19%에서 올해 7월 약 11%로 급락했다. IE는 지난해 9월부터 모질라의 파이어폭스에도 뒤져 3위로 내려앉았다. MS가 윈도10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엣지의 점유율도 올해 7월 기준 3%로 미미하다.
반면 크롬은 지난해 7월 55%에서 올해 7월 62%까지 점유율을 늘리며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크롬의 강세는 모바일에서의 사용자경험이 PC로 이어진 것과, 다양한 구글의 서비스 결합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계 검색과 모바일 OS 시장을 점령한 구글은 메일 서비스인 G메일, 문서 공유 시스템인 구글닥스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였고, 이는 모바일과 PC에서 크롬과 함께 사용하기에 용이하다.
MS는 윈도10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모바일로 영역을 넓히고자 했지만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지배한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윈도폰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윈도10과 새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모바일 연동 기능을 선보였지만 이미 안드로이드와 애플로 고착화된 시장구도를 흔들기에는 힘이 달렸다.
전통적으로 IE가 강세를 보이던 국내 PC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크롬은 국내에서 지난 4월 46%를 기록하며 IE(44%)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크롬은 7월 5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IE(35%)와의 격차를 벌렸다.
국내 공공기관과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IE에서만 가능한 액티브X를 사용하면서 IE의 지위는 사실상 독보적이었다. 액티브X란 웹 브라우저에서 결제·인증·보안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PC에 설치해야 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하지만 필수설치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액티브X 퇴출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주요 웹사이트들은 액티브X를 걷어내고 웹표준(HTML5)이나 실행파일(exe) 방식으로 전환했다. 굳이 IE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실행파일 방식은 PC에 한 번만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브라우저에 관계없이 해당 사이트의 결제·인증·보안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웹표준 방식은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없다.
혼선도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통계는 스탯카운터와 다르다. KI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PC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여전히 IE의 비중이 높다. 심동욱 KISA 인터넷기반조성팀장은 “웹개발자나 공대생 등 여러 종류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많이 사용하는 층에서는 크롬의 사용 비중이 높다”며 “하지만 일반 사용자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여전히 IE의 비중이 80%를 웃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견본 사이트에서 통계를 내느냐에 따라 수치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