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채용하라는 정부, 뒤로는 비정규직 양산

정규직 전환율 10% 미만…"정원 묶여 기간제 사용 불가피" 주장만

입력 : 2016-08-24 오후 4:44:01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기간제 교사인 최승현씨(30·여)는 지난 4년간 학교를 세 번이나 옮겼다. 매번 학교에서 계약기간을 11개월로 정했기 때문이다. 평가를 거쳐 재임용된 건 한차례뿐이다. 이마저도 동료 교사들 앞에서 시강을 하고 평가를 받아야 했던 탓에 최 씨에게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기간제라고 해도 정식 임용된 교사들보다 일을 덜 하지는 않는다. 교육공무원 임용령상 주 노동시간은 6시간 이상 35시간 이하지만 담임이라도 맡으면 노동시간 규정은 의미가 없어진다.
 
정부는 올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 1만5262명을 내년까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추가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환 대상에서 기간제 교사는 빠졌다. 기간제 교사뿐 아니라 단시간 노동자, 박사 등 전문가, 휴직·파견 대체자도 전환 대상이 아니다.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20만3864명 중 전환 대상은 지난해 상반기분을 포함해도 전체의 10%가 안 된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을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 대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3항의 1,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13조 3항에 따라 기간제법의 적용에서 예외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더디게 이뤄지는 동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채용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에 실린 ‘지자체 비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노사관계 실태와 함의’ 보고서를 통해 기간제법 예외규정, 관행적 기간제 고용, 정원·예산 통제, 간접고용 및 외주화, 정부 비정규직 전환계획 조사 과정에서 누락 등을 이유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정원·예산 통제가 비정규직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육아휴직 등으로 지속적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해 기간제라도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정원의 10% 정도는 항상 비어있다. 적어도 정원의 105% 정도를 채용해야 업무공백 없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며 “정원을 묶어두면 지금처럼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산하기관의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려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각 부처의 협조가 필요한데, 인건비를 줄이려고만 하니 개별 부처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주지부)가 지난 6월 23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앞에서 '차별철폐 제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파업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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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