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내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인데, 이번 대책이 딱 그렇다. 정부가 팔 걷어 붙이고 가계부채 삭감에 나설 잡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전례없이 불어났는대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까 걱정만 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살펴보면 무엇을 추가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전에 나왔던 내용을 재탕한 것이 대부분이고, 새로운 것은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발표한지 6개월 만에 새로운 대책을 제시한다면 깊은 고민의 흔적이나 과감한 결정이 뒤따라야 하는 데 그런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먼저 이번 추가 대책의 핵심이 되는 집단대출 규제 방안을 살펴보면,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책이라 그 효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집단대출시 공적 보증기관 중도금보증을 부분 보증을 100%에서 90%로 바꾼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와 관련한 아무런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지 않았다. 은행이 기존의 대출 관행을 버리고 더 꼼꼼히 대출할 지도 알 수 없다. 물론 부분보증 부담이 생겨난 만큼 부실로 인한 손실을 직접 떠앉아야 하니 은행의 책임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부실 대출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집단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해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에 제동을 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 말고도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았다. 집단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거나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대책은 이전부터 오랜 시간을 거쳐서 논의되온 사안이며, 실제로 효과를 입증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량규제는 이번 '가계부채 추가대책 TF'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총량규제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을 우려했던 것이다. 정부는 냉온탕을 오가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했다가 다시 옥죄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총량규제 없이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쉽사리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나온 '주택 공급물량 축소 방안'도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닌 너무 돌아가는 방식이다. 건설사가 택지를 매입해서 설계와 건축 승인 등의 절차를 밞아 최종 분양까지 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 물량 감소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축소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한 데, 그동안 몰려드는 대출 수요를 억제할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그밖에 제2금융권 부채 관리 방안은 이전에 다 나왔던 내용이다. 새로운 것이 없다. 은행과 보험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정착시키는 방안, 상호금융권 특성에 맞는 분할상환심사 강화, 신용대출 건전화 유도 등은 이전 부터 도입이 예정됐던 정책들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됐던 것은 2금융권 특성상 서민들이 많아 1금융권처럼 전면적인 규제를 가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정부는 전세대출에 부분 분할상환을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는 실효성이 낮은 정책이다. 분할상환이 주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상호금융 분할상환 도입도 마찬가지다. 상호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민층이라, 아무리 인센티브를 준다 해도 분할상환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규제 도입이 어려우니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진행하자는 식의 사고가 통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이제라도 추가 대책의 한계를 깨닫고 다음번 대책에서 발등의 불이된 가계부채 해법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서민들의 실생활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