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의 하나인 '포이즌 필(poison pill·신주인수선택권)' 제도가 이르면 오는 2011년 도입된다.
포이즌 필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싼값으로 신주를 발행해 우호지분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경영권 보호장치 가운데 하나다.
'독이 든 알약'이라는 의미의 포이즌 필은 '맛있는 음식(기업)도 독이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삼키지 말라' 경고의 뜻을 품고 있다.
◇ 남용 우려..행사 요건은 까다롭게
법무부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정관을 변경하면 포이즌 필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마련하고 전날 공청회를 통해 개정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10일 밝혔다.
법무부는 포이즌 필이 과도한 경영권 보호장치라는 반발을 의식한 듯 포이즌 필 남용을 막기 위해 신주인수선택권 도입 때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이사회를 거치도록 했다.
또 신주인수선택권을 결의한 이사회의 처분을 중단·무효화 하기 위해 법원에 유지청구권, 신주발행 무효 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 있고, 경영권 양도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주 이외의 제3자 배정을 금지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포이즌 필 행사요건이 보다 까다로운 절충형으로 이른바 '한국형 포이즌 필'이다.
◇ 부작용 우려 목소리
적대적 M&A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패를 준다는 기본 취지를 살리면서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M&A 시장이 위축되거나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위해 애쓴 흔적은 역력하다.
그러나 포이즌 필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주총이나 이사회에 대한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 현실에서 재벌 총수나 지배주주에게 날개를 달아줄 뿐 경제에는 '포이즌(poison·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적대적 M&A가 보고된 사례는 16건에 불과하고 외국과 달리 재벌 총수 등 지배주주의 파워가 막강한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지배주주의 전횡을 부추겨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경제에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도 "무능한 경영진 퇴출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어렵게 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가이드라인 주목
반면 절충형인 한국형 포이즌 필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제도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관에 근거규정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이사회에서 포이즌 필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본골격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포이즌 필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개별 회사들이 정관을 통해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액이 64조원에 이르는데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 기업들이 이 자금을 설비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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