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30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살균제의 주요 원료를 옥시에 공급하고, 이를 제조·판매했음에도 검찰 수사선상에 빠져 있는 SK케미칼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인 독성 물질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옥시에 제공했고,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생산한 업체로 꼽힌다.
새누리당 최연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고,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재난과 관련, 독성 원료 물질을 납품했던 회사인데 철저히 수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든 책임으로부터 비켜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향후 자사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와 이후 환경부의 판정결과를 모두 존중하지만 두 결과가 서로 배치돼 당혹스럽게 생각한다”며 “과학적 검증을 철저하게 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그는 “법인으로서 의사결정을 할 때 취해야 할 절차와 근거들이 확보되어야 하는 점도 좀 양해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철 대표가 언급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2011년 진행된 동물 흡입독성 실험이다. 당시 실험에서 SK케미칼이 제작한 ‘가습기메이트’에 노출된 쥐들에게서 폐손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실험 결과로 인해 SK케미칼과 애경은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환경부는 가습기메이트만 사용해 폐손상을 입은 피해자가 5명에 이른다고 판정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정부가 기업에 유리하게 결정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것 아니냐”며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정부의 발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보상이나 해명을 해야 한다. 폐질환 외에 추가 발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들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SK케미칼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7년간 CMIT·MIT의 안정성을 높이고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특허를 29차례 출원했다”며 “사람이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면서 안전성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은 “SK케미칼이 1997년 작성한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독성이 ‘심한 자극성’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얼마뒤부터 ‘자극성 있음’으로만 표현이 됐다”며 “유해성이 더 약한 것처럼 보이게 바꿔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헨켈코리아와 LG생활건강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를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묵인·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천수 헨켈코리아 대표는 “기존 직원들은 알았을지 모르나 2010년 말 입사한 저는 최근 들어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도 “1997년에 제품을 냈다가 2002년 생산을 중단했다”며 “2011년에 그런 이슈가 발생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됐던 원료와 달라 연관성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SK케미칼를 비롯해 애경,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LG생활건강, 헨켈코리아 등의 임원진들이 출석했다. 이들은 출연 기금 조성에 대해 대부분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6일 피해자 기금 출연에 대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철 대표는 “국회나 정부가 틀을 마련해 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갑수 이마트 대표, 정종표 홈플러스 부사장 등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위는 국정조사 기간이 끝나는 10월4일까지 참여 기업과 정부가 기금 조성에 대한 기본 방향과 틀 등의 개괄적인 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철 SK케미칼 대표를 비롯한 증인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