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갤노트7 공급 중단…배터리 시장 지각변동 초읽기

6년째 소형 배터리 1위 삼성SDI 안전성 ‘타격’…수혜는 중국에 집중될듯

입력 : 2016-09-05 오후 6:27:43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삼성SDI(006400)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배터리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형 배터리 시장의 지각 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로 생산이 재개되는 갤럭시노트7에도 공급이 끊긴다. 삼성SDI로서는 같은 계열사마저 안전성을 이유로 외면했다는 사실에 대내외 신뢰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삼성SDI는 글로벌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삼성SDI는 지난해 용량 기준으로 1만3823MWh(메가와트시)를 출하해 28.7%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다. LG화학(051910)이 1만81MWh(20.9%)로 2위에 올랐으며 파나소닉(8109MWh, 16.8%), ATL(5039MWh, 10.4%), 소니(3652MWh, 7.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가 된 갤럭시노트7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이 70%, 중국 ATL 제품이 30%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현재 배터리를 공급받는 곳이 두 곳인데 한 곳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물량 수혜는 기존의 ATL과 해외 배터리 기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기업 가운데 LG화학도 있지만 삼성에 배터리를 공급한 사례는 없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중대형 배터리에 집중하느라 소형 배터리는 생산하지 않는다. 
 
배터리 폭발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의 타격은 삼성SDI에 가해졌다. 배터리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안전성에 의문을 남기면서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노트북 등 소형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해외 제조사들이 주문을 꺼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가장 큰 공급처였던 삼성전자로부터 제약을 받게 되면서 앞날이 험난해졌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이 관건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하지만 고용량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무섭게 추격 중인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위협적이다. B3에 따르면 ATL과 리센(Lishen), 코스라이트(Coslight), 비와이디(BYD) 등이 포진한 중국은 지난해 국가별 점유율에서 2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의 13.5%에 비해 8.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파나소닉·소니·맥스웰 등이 포함된 일본은 2010년에는 44.2%로 한국보다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25.8%로 중국에마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소형 배터리에서의 불안감이 전기차향 등 중대형 배터리 시장으로 증폭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계속해서 중단할 경우 그 여파는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케미칼사업 부문을 롯데에 매각하고, 배터리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선 터라 이 같은 타격은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B3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이 1위를 지킨 가운데, 일본 닛산의 자회사인 AESC, 중국 BYD, LG화학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에서 삼성SDI의 배터리가 전량 빠지는건 아니라고 들었다”며 “하지만 이번 리콜은 특정 기업의 수혜를 떠나 한국 배터리 업계엔 대형 악재”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화재가 나면 큰 사고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안전도에 더 민감해 이번 사태가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삼성SDI는 리튬 폴리머 전지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으므로 신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통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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