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20여년 전 작성된 논문의 표절 가능성만으로 소속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대학의 처분은 인사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돼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학교법인 가천학원이 소속 교원인 김모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것에 대해 취소하라고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교수에 대한 재임용 심사 전 공개강의의 평가 기준 등에 관한 세부사항이 학칙 등 객관적인 규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며 "재임용 조건의 공정성, 객관성, 합리성 및 다른 교원들과의 형펑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규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판단할 수 없어 김 교수에게 재임용 심사방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교수가 재인용 표기를 일부 누락했으나, 참고문헌 부분에 논문 작성에 참고한 논문과 서적을 기재했다"며 "재인용 표시는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원래 출처인 외국 저서를 각주에 썼다"고 설명했다.
또 "사단법인 한국인사관리학회는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 판정을 하지 않았으며, 1990~1992년까지 각 대학교 연구윤리규정이나 대학원 대상 연구윤리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4편을 표절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논문 4편의 표절 가능성만으로 참가인의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재임용 기준을 적용해 허용된 인사재량권 일탈을 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논문이 재임용 거부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20여년 전에 작성됐고, 연구실적으로 제출하지 않은 논문에 대해서 표절 여부를 판정한 점,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한 곳에서 표절 여부를 문제 삼았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설명했다.
가천학원은(당시 경원학원) 1995년 4월 김 교수가 대학 총장 비서로 근무하면서 취득했던 대학입시부정 명단을 공개하자 교직원, 재학생 등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냈고 교수로서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1차 재임용을 거부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연구실적물로 제출된 것을 포함한 참가인의 논문 4편이 표절인 것으로 평가됐고 강의 평가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2차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후 교원소청 심사위원회가 재임용 거부를 취소하라고 결정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DB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