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 두 차례에 걸쳐 급여 730만원을 압류당한 경찰관을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는 경찰공무원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A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기존 채무에 대해서는 피고의 처분 이전에 '과다채무' 등을 이유로 2회에 걸쳐 이미 징계처분이 이뤄졌으므로 피고 처분사유는 결국 730만원의 금전채권에 기초해 급여에 대한 채권압류 등이 이뤄졌다는 점에 한정된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품위를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처분사유를 730만원뿐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징계가 이뤄진 다른 채무까지 포함해 A씨가 과다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변제할 자력이 모자라 결국 급여의 압류에 이르렀다는 점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같은 사안을 두고 거듭 징계가 이뤄진 이중징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사집행법 246조 1항 4호는 급여채권에 대해 2분의 1의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정해 강제집행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A씨는 급여의 절반을 채무변제에 사용하고, 나머지로 공무원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직책을 수행할 수도 있어 급여의 절반이 압류된 것만으로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로경찰서 보통징계위원회는 지난 2014년 12월 소속 경찰관인 A씨가 대부업체 2곳의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채권압류·추심명령 결정을 받은 후 두 차례 급여를 압류당하자 경찰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해임처분했다. A씨는 급여 압류 이전에도 대부업체 등의 채무를 갚지 않아 급여 압류를 당하는 등 품위손상행위로 그해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정직 1월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해임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4월 기각되자 이후 9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차용한 금원은 배우자의 치료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거나 처남의 채무를 보증하기 위한 것으로 도박이나 유흥, 기타 무절제한 소비로 생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