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기준 만들어 놓고…정부, 앞뒤 안맞는 평가모델 공개

노동계 "일반해고 지침, 정당화 위한 꼼수" 반발

입력 : 2016-09-28 오후 4:18:26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일반해고 요건을 지침으로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저성과자 판단 기준이 될 평가모델 시안을 공개했다. 이미 성과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 사례가 발생한 뒤 나온 평가모델이어서 공정인사 지침 확산을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는 28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평가모델 발표회’를 열고 공정인사 지침을 적용해 인력운영을 개편할 때 활용 가능한 평가모델 시안을 공개했다. 고용부는 이날 발표된 평가모델이 현장에 확산되면 중소기업의 애로와 노동자의 불신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용부는 다음달 중 최종 매뉴얼을 제작·배포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안은 기업 평가실태 자체점검, 업적·역량평가 설계, 평가 결과에 따른 교육훈련, 배치전환 및 퇴직관리 방법 등을 제시한 35개 소모듈로 구성됐다. 소모듈은 다시 직무별 업적 평가의 기준이 될 752개 핵심성과지표(KPI) 모듈과 측정 방식으로 세분화했다. 기업들은 매뉴얼의 모듈을 조립해 기업 실정에 맞는 평가지표 개발 등 맞춤형 평가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매뉴얼이 실제 기업들의 인사제도 개편에 활용된다고 해도 일반해고 요건 등 근로계약상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뉴얼이 인사평가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담보하지 않는 데다, 앞서서는 지난 1월 발표된 공정인사 지침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 및 객관성과 관계없이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기준·절차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해고가 가능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법적으론 징계·정리해고만 근거가 있다”며 “그런데 지침으로 저성과자 해고의 기준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저성과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기준을 제시한다는 건 위법을 뒤늦게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의견서에서 고용부가 개별 판례를 일반화해 일반해고 정당성 판단 기준·절차를 제시했다며, 이로 인한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고용부에 해당 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안내·참고자료라는 것을 명확히 알릴 것을 권고했다.
 
이를 근거로 야권은 공정인사 지침의 후속조치로 평가모델 매뉴얼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정부는 일반해고 절차를 지침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줬고, 절차 중 하나인 교육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지금도 퇴출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가모델을 제시한 것은 성과평가 단계에서 ‘공정해고’ 과정을 더욱 상세하게 나열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이기권 장관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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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