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흔히 '벌'이라 하면 꿀을 만드는 곤충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꿀벌은 꿀을 만드는 일 외에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이용하는 식량자원의 3분의 1이 곤충에 의해, 그중 대부분이 꿀벌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삶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이 멸종위기를 맞았다. 지난 2009년 꿀벌 구제역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전국을 휩쓴 이후 국내 토종벌의 90% 가량이 폐사했다.
멸종위기를 맞은 꿀벌을 살리는 데 앞장 선 기업이 있다.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는 기업 '어반비즈서울'이다. 어반비즈서울을 이끄는 도시양봉가 박진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서울 명동에 위치한 유네스코회관 옥상. 5개의 벌통 주변으로 꿀벌이 '윙윙'거린다. 아이를 돌보듯 벌들을 유심히 보는 남성이 있다. 도시양봉가 박진 대표다. 30대 중반인 그는 4년차 도시양봉가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다가 도시양봉가로 전업했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양봉을 시작했어요. 농촌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러면서 꿀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죠. 꿀벌에 대해 공부하면서 양봉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박 대표의 농촌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농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할 정도였다.
그가 꿀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2012년부터다. 양봉가를 찾아다니고 국내서적은 물론 해외서적을 통해 지식을 얻었다. 그 결과 어반비즈서울을 탄생시켰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사진/어반비즈서울
도시환경과 벌을 지키는 기업
어반비즈서울은 2013년 초 설립됐다. 도시환경과 벌을 지키겠다는 사회적 가치도 담았다. 어반비즈서울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숲, 옥상 등 공간을 빌려 벌을 키운다. 이후 수확한 꿀로 보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간이 많을 수록 어반비즈서울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2013년 설립 당시 도시양봉장 4곳에서 시작해 지금은 30곳으로 늘었다.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그래서 공간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어반비즈서울은 빌린 공간에서 벌을 키우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교육과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양봉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위탁교육 뿐만 아니라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외곽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가까운 지역내에서 양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하는 분들이 많죠." 올해는 25명을 모집해 1년동안 교육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의 활동이 도시환경과 관련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현재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2020년까지 한강 주변에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이 빌려준 공간에서 어반비즈서울이 벌을 키우고 꿀을 수확한다. 이후 수확한 꿀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숲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도시양봉 4년차인 박 대표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친환경으로 벌을 키우다보니 처음에 죽는 벌의 수도 많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수가 줄었다. "약을 쓰지 않고 최대한 친환경으로 키우려다보니 죽는 벌들이 많았죠.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숙련된 기술로 벌을 키우고 있지 않나 싶어요. 아직도 배워가는 중입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저또한 배우는 게 많죠."
달달한 투자 '허니뱅크'
어반비즈서울의 수익은 교육과 체험, 기업의 사회공헌, 그리고 허니뱅크에서 나온다. 수익비중은 교육과 체험이 40%를, 기업의 사회공헌이 50%를 차지한다. 10%미만은 허니뱅크에서 나온다. 허니뱅크는 올 7월에 도입한 어반비즈서울의 신사업이다. 장소나 돈으로 꿀벌에게 투자하고, 양봉체험 기회나 수확한 꿀로 되돌려주는 서비스다.
"교육과 체험 위주의 직접참여형 사업을 하다보니 이것만으로는 도시양봉을 알리고 확산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죠. 여전히 도시양봉을 경험하고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더 쉽고 재미있게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허니뱅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허니뱅크는 5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자는 150명 가량이다. 박 대표는 허니뱅크를 주요 수익 사업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사회적 가치를 담은활동들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4년차이지만 40년가는 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도 뒷받침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허니뱅크가 그러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봉도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벌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3월부터 7월까지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꿀을 이용해 만든 다른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올해는 한 맥주집과 손잡고 허니맥주를 만들 예정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반응이 좋은 것은 상품으로 출시해, 비수기를 포함해 1년 내내 어반비즈서울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어반비즈서울은 체험교육을 통해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어반비즈서울
도시양봉가 10만 양성이 목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도시양봉이 생소하지만 해외의 경우 도시양봉장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국 런던은 1999년 1000곳이던 도시양봉장이 2012년 버킹엄궁전, 런던증권거래소 등 3200곳으로 늘었다. 일본도 2006년 도쿄 긴자지역에서 도시양봉을 시작해 2014년에는 1000㎏의 벌꿀을 생산했다. 미국 뉴욕도 2010년 도시양봉을 합법화한 후 인터컨티넨털호텔, 뱅크오브아메리카 타워 등 400여곳에 도시양봉장이 설치됐다.
박 대표는 해외 여러 나라들과 같이 국내에도 도시양봉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는 2020년까지 여의도의 약 100배 규모의 공간에 꿀벌의 먹이숲을 조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와 함께 도시양봉가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실제로 어반비즈서울의 교육과 체험활동에 함께한 사람들 가운데 도시양봉가로 창업한 이들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교육받아서 도시양봉으로 창업한 대학생이 있습니다. 현재 6명정도가 창업을 한 상태에요. 점점 인원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혼자하는 것보다 함께하면 도시양봉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도 더 수월할겁니다."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도시환경 개선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의 꿈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