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일감몰아주기로 철퇴를 맞은 CJ가 여전히 법망에 걸려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 일가 기업에 규정 이상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의 동생으로, 그간 이 회장의 법정구속 등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며 CJ를 이끌어왔다.
손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조이렌트카는 지난해 CJ 계열사들로부터 차량 임차를 해주고 75억7000만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연간 총 매출액은 436억700만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17.36%다. 12% 이상을 금지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63%였다. 렌트카 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렌탈이 7.32%, 2위 AJ렌터카가 6.36%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가격 대비 유리한 조건에 거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J 그룹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헬로비전 본사를 압수수색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조이렌트카의 지분은 손 회장이 38.28%로 최대주주다. 장남인 손주홍 조이렌트카 대표가 31.39%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손 대표는 지난 3월 상무에서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해 경영권을 승계했다. 모친 김ㅇㅇ 대표가 14.63%의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누나 손ㅇㅇ씨도 15.70%의 지분이 있으며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본업을 하면서 비상근 사내이사로 보수를 받고 있다. 가족회사의 경우 이사 정원을 채우기 위해 가족이나 측근 등 지인을 비상근 이사로 선임하는 경우가 흔하다. 조이렌트카는 지난 5월 사내이사를 모두 손 회장 일가족으로 채웠다.
앞서 CJ는 이 회장의 동생 재환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의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부인 민재원(민기식 전 국회의원 딸)씨가 이 회사의 감사를 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 CGV가 2005년 7월부터 2011년 말까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기존 거래처보다 25% 많은 수수료로 광고영업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 29일 CJ CGV에 71억7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CJ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 CJ파워캐스트의 흡수합병을 결정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났다. 재계에서 통용되는 전형적인 편법이다.
현행법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회사가 다른 계열사와 연간 200억원 이상 또는 매출의 12% 이상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 특히 법인에 대한 과징금에 더해 총수 일가도 3년 이상 징역형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지난해 법이 개정됐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 법 개정 이전 사례로 총수 일가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조이렌트카 사례는 개정법이 적용될 수 있다.
CJ 안팎에서는 이 회장과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재판과 유전병 치료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떨어져 있으면서 손 회장 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가 심해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실제 조이렌트카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1년 18.12%에서 2013년 10.07%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12.13%)부터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은 2014년 9월12일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항소심에서 징역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후 이 회장은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며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광복절 특사를 이끌어냈다.
재벌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고 웃돈을 쳐주는 부당거래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공정한 시장경쟁을 방해하고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폐단을 만든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이 개정됐으나, 최근 지분 재편 등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야당에서는 규제대상 재벌 총수 일가의 지분을 현행 30%에서 20% 또는 10%까지 낮추고, 총수 일가가 다른 계열사를 매개로 갖고 있는 간접지분까지 포함시키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