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역 사망사고, 문제는 스크린도어?

센서 미작동 가능성, 승객 신고 받고도 27초 후 출발

입력 : 2016-10-19 오후 4:47:36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5개월만에 또다시 발생한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두고 스크린도어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오전 7시18분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하던 승객 A씨(36)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낀 상태에서 전동차가 출발,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사고 직전 한 승객이 A씨가 끼어 있는 사실을 기관사에게 인터폰으로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관사는 스크린도어에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27초간 전동차 출입문만 열었다 닫은 후 출발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곡선 승강장인 김포공항역 특성상 기관사는 육안으로 A씨의 안전 유무를 확인하지 못했고, 경보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만 확인한 후 전동차를 작동시켰다.
 
열차 출입문이나 스크린도어에 이물질이 낄 경우 경보등이 작동해야 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확인한 스크린도어 로그기록에서도 센서는 울리지 않았다.
 
특히, 5호선 김포공항역은 시범사업으로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으로 도입 초기부터 잦은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2012년부터 올 8월까지 5~8호선 스크린도어 고장은 역사 평균 94건인데 반해 5호선 김포공항역의 스크린도어 고장은 760건으로 8배가 많았다.
 
또 고장 원인의 30% 이상이 장애물 센서 이상으로 바로 전날인 18일에도 반대편 마천방향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가 갑자기 열리기도 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지난 6~7월 진행한 1~9호선 307개 역사 스크린도어 전수점검에서 유일하게 김포공항역만 전면교체 대상으로 분류돼 내년에 교체를 앞두고 있었다.
 
결국 2013년 성수역 사고를 시작으로 2014년 독산역, 총신대입구역, 지난해 강남역, 올해 서울역, 구의역, 김포공항역까지 서울지하철은 연이은 스크린도어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직무대행은 “현재 스크린도어 결함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과 함께 조사 중”이라며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에서는 고인과 유가족께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명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 생명과 직결된 지하철 안전에 다시 한번 구멍이 뚫리면서 박 시장을 비롯해 서울시 실무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형찬 서울시 의원(더불어민주당·양천3)은 “구의역 사고 때도 (서울메트로)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발생했고, 이번 사고도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서울시가 2달이 넘도록 사장 하나 임명하지 못하고 경영진을 방치한 상황에서 빚어진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을 비롯해 실무 책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매번 사고는 실무 책임자들이나 경영진 잘못으로 발생하고, 밑에 있는 현장 실무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9일 오전 7시18분쯤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5호선 김포공항역 현장.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조용훈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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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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