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주거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주거취약계층이 생기고 있습니다. 1~2인가구가 보편화되면서 공동체가 희미해지고 있죠.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은 이들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하고 쉽게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입니다.”
서울 청년 1인 가구 주거빈곤율은 36.3%로 전국 주거빈곤율(14.8%)보다 2배 이상 높다.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청년들은 일정 수입이 있더라도 종잣돈을 마련하지 못해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주택에 살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설계돼 청년이나 신혼부부 같은 경우 입주자격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이들은 옥탑방, 기숙방, 고시원, 원룸 등에 거주하면서 이웃과 단절된 채 또래는 물론 다른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내놓은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은 이런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다. 사업 형태별로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모두 단순하게 네모난 아파트에 집 하나씩 내주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주택은 주방 등 공용공간을 같이 쓰는 셰어하우스 형태이며, 어떤 주택은 아예 지역주민들까지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 시설을 의무로 갖췄다. 이 과정에서 낙후된 지역의 빈집이나 고시원을 리모델링하거나 남는 토지를 민관협력으로 새로 건물을 지어 지역의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는 이러한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을 일선에서 보급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난 6월 만들어진 조직이다. <뉴스토마토>는 문영록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을 만나 사회주택·공동체주택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문영록 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 . 사진/박용준 기자
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란 어떤 곳인가.
센터는 서울시가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사업자와 입주자들을 지원하고자 사회주택지원조례에 의해 설립된 중간지원 조직이다.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센터가 해결할 부분은 센터 선에서 해결하고,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건의해 사회주택을 활성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주거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정책 중 하나로 사회주택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사회주택이 초기 단계인 만큼 지금은 홍보, 컨설팅, 교육, 네트워크 같은 사회주택 보급에 많은 힘을 쏟겠지만, 일정 단계가 지나면 건축물 관리, 입주자 커뮤니티 활성화 등 사회주택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소한지 넉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금까지 센터가 진행 중인 사업은 빈집 리모델링 150호, 준주택 리모델링 120호,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60호정도다. 서울시와 함께 해당 부지에 사회주택을 개발해도 적정한지 공급자선정심의를 모두 6차례 진행해 준주택 리모델링 6건, 토지임대부 4건이 추가로 추진 중이다.
신축의 경우 1년, 리모델링의 경우 3~6개월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에 실질적인 실적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센터가 중심이 돼 민간사업자나 각종 협회나 기관 관계자와 토론회 또는 간담회 등을 40회 이상 가졌다.
수요자나 사업자의 애로사항이나 문의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방문 및 상담도 월 30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
각종 교육을 통해 사업자들이 부동산 계약부터 수익분석까지 실무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사회주택에 대한 연구 사업을 통해 사회주택 주거실태, 사업 프로세스 사업관리, 사업평가 같은 부분을 체계화하는 과정이다. 연말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해 사업자와 입주자들이 원활히 정보를 공유하고 각각의 필요부분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일부 사회주택이나 공동체주택은 이미 입주자가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입주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독립된 생활을 우선하는 사람들은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대부분 높다. 살고 있는 입주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혼자 살다가 언니, 오빠, 친구들이 생기니 좋다고 한다. 타지 생활하면서 느끼던 외로움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위안을 얻게 돼 입주하길 잘했다는 반응이다.
보증금 5000만원, 월 70만원 부담하다 보증금은 물론 월 금액도 20만~30만원 이상 줄어드니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12월 입주하는 토지임대부 1호 주택의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유럽이나 해외에서는 정부가 주도한 공공주택을 통상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라고 보는 개념이 대다수지만, 일단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주택에 대한 개념적 합의가 아직 되지 않은 단계다. 전국 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서울시는 독자적인 개념 정의를 통해 이를 구분하고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사회주택과 공동체 주택의 공통점은 일정 부분에서 입주자들이 공동공간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으로 옆 집에 사는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거주공간이 아닌 서로 공동체 의식을 갖고 더불어 사는 주택을 만들고자 한다.
공동체주택은 독립된 커뮤니티시설을 갖추고 입주자들이 공동규약을 만들어 살아가는 형태다. 공급방식은 추진주체, 입주대상, 임대료 수준 등의 제약 없이 비교적 다양해 아예 민간에서 공공개입 없이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진행하는 연극인 마을 등이 해당된다.
이에 반해 사회주택은 민관협력방식으로 한정하며, 토지임대부, 빈집살리기, 준주택리모델링사업 등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입주 대상을 일정 소득 이하로 제한하고, 임대료 수준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규정한다.
빈집 리모델링, 준주택 리모델링, 토지임대부 사업 등 진행 중인 사업이 많다. 사업별 특징과 의미는?
빈집 리모델링은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을 5~6호 정도가 사는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두꺼비하우징이라는 민간 사회적기업에서 먼저 시작했다. 낙후 지역의 경우 버려진 집이 많아 청소년들이 탈선하는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들을 살게 했더니 동네가 살아나는 변화가 일고 있다.
준주택 리모델링은 낡은 고시원, 여관, 사무실 등을 커뮤니티공간을 공간을 갖춘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하며, 선랩건축사사무소에서 먼저 시작해 박원순 시장이 이를 둘러본 후 제도화한 경우다. 서울대 등 기존 고시원이 밀집한 지역에 고시원 수요가 줄면서 낡은 고시원에 점점 공실률이 늘어난 문제가 대두됐다. 청년들은 집이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 부분에 주목했고, 쉐어하우스 형태로 해결책을 찾았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재산가치가 떨어지던 상황에서 안정적인 소득도 생기고, 청년들도 주거공간이 생기는 상승작용이 생겼다.
토지임대부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토지를 매입해 이를 30년간 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방식으로 아예 새 주택을 짓는다는 점에서 앞에 두 사업과 다르다. 30년간 다른 개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된다는 장점이 있고, 다른 주택 사업에 비해 장기간(10년 보장) 임대되면서 입주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요건이 만들어진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은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주택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입주대상은 사업별로 차이를 갖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 모두 형태가 다양해 특별히 어느 사업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의미적인 면을 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택사업은 민관협력으로, 참여하는 민간 역시 사회적기업들로 일반 영리기업과 달리 최대 영리 추구가 아닌 제한적 영리 형태를 취하고 나머지 이익은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 임대료 역시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했으며, 공공 역시 리모델링비 지원이나 장기토지임대제공 방식 등으로 민간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보다 관 주도 사업으로 진행됐다면, 사회주택은 민과 관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 주도 사업이 담당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입주자 입장에서는 아파트 형태로 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대신 사회주택을 선택하게 되면 공동체 삶을 회복하고, 다양한 주거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이 주택시장과 지역사회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기존 도시재생 사업은 철거 후 개발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진행과정에서 사업성, 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사회주택이나 공동체주택은 각자가 하나의 랜드마크, 앵커시설 역할을 해 지역의 특징을 살리는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도시재생 가치가 있다. 낙후된 지역에서 주거복지역할을 할 수 있으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통해 주변 공동체까지 살아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민간 입장에서는 일정부분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입주자 대상인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에는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주거공간을 확보 가능하다. 또 기존 집주인에게는 뉴타운으로 지정돼도 취소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빈집 같이 방치된 지역을 리모델링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못 사는 사람들 들어와서 우리 동네 망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어서 30년을 관리하려면 일반 집 장사하듯이 짓는게 아니라 건축물 디자인부터 정말 예쁘게 잘 지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주택들이 동네에 들어오면 동네가 살아나고 활성화될 수 있으며, 주민들과 파티, 영화관 등으로 소통하려는 시설을 갖추는 만큼 노후화된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진행 사업 외에 센터에서 진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업모델이 있는가.
현재 빈집이 아니더라도 노후화된 저층 주택을 리모델링해 사회주택을 개발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자치구별로 점적인 리모델링이 아니라 도시재생과 맞물려서 임팩트가 강화된 면적인 리모델링을 통한 사회주택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또 자치구가 소유하고 있는 기존 주차장, 경로당 등 공공토지에 기능을 살린 채 용적률을 높여 사회주택으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굳이 청년이 아니더라도 보편적으로 어느 누구나 자기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주거권을 유지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사회주택이다.
얼마 전 한 장애인 부모가 찾아와 장애인들이 모여살 수 있는 주거형태를 제안해 함께 적용 가능한 지역도 고민 중이다. 신혼부부, 노인, 장애인 등 함께 사는 의미만 살린다면 사회주택은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업 초기 단계라 공공의 역할이 많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사업 초기에는 다소 속도가 더디고 예산 투입에 상당부분 기댈 수밖에 없다. 빈집이나 리모델링 같이 제도가 만들어진 것을 오히려 시에서 받아들여 제도화한 경우라 민관협력 부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사업성 7대 개선과제 이후에도 크고 작은 개선점을 찾아서 민간 사업성을 높이고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센터는 주택이 필요한 스스로가 공급자가 될 수 있게끔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수요자, 집주인, 민간사업자 등이 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면, 이들이 직접 연계해 컨소시엄을 형성해 사업 착수 단계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센터는 수요처가 확보되고 민간사업자가 활성화되면 예산 투입은 줄어들고 점차 관리나 제도 지원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앞으로 사회주택분야가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점점 민간의 역할은 당연히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역량있는 민간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많이 나타나줘야 본 사회주택 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문영록 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센터장(왼쪽 양복 입은 이)이 사회주택협회 관계자들과 회의하는 모습. 사진/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