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양대 산맥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상무급 이상 임원들의 임금을 자진 삭감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원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고 있다. 경기불황과 실적악화가 지속되면서 대기업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삭감 및 동결에 나서는 것이다. 기존 조선 및 중공업 외에도 전기전자와 자동차, 정유화학 등 제조업 전반으로 임금 삭감 및 동결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상무급 이상 임원 1000여명의 월급을 10% 삭감하고, 내년 12월까지 이 같은 임금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물론 현대차그룹 모든 임원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임금을 자발적으로 삭감한 건 최근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회사 경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조치이다.
26일 실적발표를 앞둔
현대차(005380)는 최근 노조의 장기파업과 내수시장 위축으로 연간 판매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3년 연간 영업이익 8조3155억원, 2014년 7조5500억원, 2015년 6조3579억원으로 매년 수익성이 떨어졌다. 올해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9994억원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기아차(000270) 역시 지난 2013년 연간 영업이익 3조1771억원, 2014년 2조5725억원, 2015년 2조3543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올해 기아차 노사 임금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회사가 어려우니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임금을 자진 삭감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임원들의 자발적 결의로 내년에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12월까지 임금 삭감 기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재계 서울 2위인 현대차그룹이 임원 임금 삭감에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한 임원은 “삼성과 현대차는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한 양대 산맥으로 현대차 임원 임금 삭감에 여타 기업들도 상당한 고민에 빠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앞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대형 조선사들은 임원 임금의 약 10~30%를 삭감했다. 최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도 임원 임금 삭감 및 전직원 임금동결을 통해 강도 높은 쇄신 자구 계획을 마련했다. 또
삼성전자(005930) 안팎에서는 올해 임원 장기성과급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