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삼성전자가 미국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신규 파운드리 공정 진입에 따른 시설 투자와 고객군 다변화를 위한 경쟁력 제고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1일(현지시간)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10억달러(약 1조1462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 및 다른 전자기기용 시스템온칩(SoC) 제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을 늘리기로 했다고 투자목적을 설명했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반도체 비메모리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정이 주력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설계해 비메모리 칩을 생산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 등과 파운드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퀄컴 모바일칩(AP) 물량을 확대하고, TSMC가 애플 아이폰칩 물량 공급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통상 B2B 업계는 신규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시설투자에 나서는 만큼 삼성전자가 퀄컴이나 애플 등에 대한 공급물량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거기에 탑재되는 삼성전자 자체 모바일칩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 수요처가 줄어든 상황이다. 애플의 경우에도 아이폰7에 이어 내년 아이폰8까지 TSMC가 칩 공급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아이폰8에 탑재될 칩은 10나노 핀펫 공정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삼성과 TSMC 모두 연말 10나노 핀펫 공정 양산 계획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진입에 따른 신규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이번 투자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또한 고객군·제품군 다변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그간 애플과 퀄컴 등 최상위 공정 위주 제품에만 주력해왔는데 앞으로는 차상위 공정 등 시장 저변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 역시 신규 고객 수주 경쟁력 강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20년 동안 16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신규 투자를 통해 현지 250~500명 이상의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지역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로 손상을 입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 수습에도 신경쓰는 듯한 모습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