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뇌전증(간질) 치료는 편견과의 싸움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입력 : 2016-11-03 오후 1:14:33
가수 한동근씨가 자신이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음을 방송에서 말해 화제다. 그러나 한동근씨가 자신의 병을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화제가 된다. 같은 정보가 여러 차례 화제가 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몇 년 전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아들이 뇌전증환자라고 밝혔다. 특히나 빛에 의해 경련이 유발되는 특성을 가진 광과민성 간질 환자임을 밝혔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아들이 있을 때는 프레시를 터트리는 사진을 삼가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후 베컴의 아들이 간질 환자라는 것이 다시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에서는 간질 환자가 중증 장애자이거나 정신 이상자인 듯 여기는 편견이 매우 강하다. 이런 편견은 유럽이나 북미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기에 베컴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민자에게 들은 바로는 북미사회도 학교에서 간질환자가 스스로의 정보를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간질환자에 대한 편견은 매우 뿌리깊다. 그러기에 한동근씨가 정도 이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편견을 부채질하는데 잘못된 의료환경이 한 몫 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근거 부족한 공포감을 의사들이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 진단을 받아 치료중인 환자들은 대부분 경련이 뇌 손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의사들은 항경련제를 처방하며 습관적으로 코멘트를 하는 듯 하다. 경련을 하면 할수록 뇌 손상이 되니 항경련제를 잘 먹어야 한다고...
 
이 이야기를 뒤집어 말하자면 뇌전증(간질) 환자들은 경련을 할 때마다 뇌 손상이 진행되는 아주 심각한 신경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간질성 경련은 뇌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생활에 불편과 지장을 줄 뿐이다. 그러므로 항경련제 투약의 목표도 간질 치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련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것에 있다.
 
병을 숨길 이유가 없다. 병이 있는 것은 서로 널리 알리고 협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왜곡된 의료정보가 환자 스스로를 숨기게 만든다. 뇌전증 치료 차 본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상대로 맨 처음 하는 일은 간질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 스스로 경련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공포와 편견을 벗어나야 비로소 진실을 만날 수 있다. 뇌전증 치료의 첩경도 불필요한 편견을 제거하도록 돕는 길에서 시작될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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