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야간근무 병원 직원 돌연사…법원 "업무상 재해"

"기존 질환 급격히 악화시켜 심인성 급사 유발"

입력 : 2016-11-0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의료원 원무과에서 야간 행정업무 담당자로 근무하던 중 지하 차트실에서 갑자기 숨진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지난 2015년 숨진 남편 유모씨(당시 33세)의 부인 손모씨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심인성 급사를 유발할 수 있는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의 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됐다"며 "장기간의 야간근무는 기존 질환을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키면서 심인성 급사를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 전까지 약 7년 6개월간 장기간 야간근무를 했고,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계속 연장해 왔다"며 "근무일에는 최소 14시간 이상 근무한 사실이 인정돼 망인에게 상당한 육체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망인은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할 처지에 있었으므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1월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원무과의 야간 행정업무 담당자로 근무하던 유씨는 야간근무 중 병원 지하에 차트를 찾기 위해 내려간 후 지하 차트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유씨의 부인 손씨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과로 및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인정되지 않고 기왕증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더 큰 사망의 원인이라고 판단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부지급하는 결정을 했다. 이에 손씨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숨진 유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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