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승진의 그늘…'실적압박·스트레스' 사망은 업무상 재해

신한은행 센터장 회식 다음 날 급성심근경색 사망

입력 : 2016-10-1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회식 다음 날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은행 센터장이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속승진 이면에 가려진 실적에 대한 압박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재판장 강석규)는 1금융권 주요은행 센터장이었던 A씨의 부인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업무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 등으로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다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기존 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망인은 발령받는 지점마다 탁월한 업무실적을 달성해 입사 동기들이나 나이에 비해 승진이 빨랐다그 이면에는 지속적으로 업무실적에 대한 심한 압박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고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고 인정했다.
 
1990년 은행에 입사한 A씨는 24년만에 여의도 지역 금융센터장으로 승진 전보됐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던 금융센터는 A씨 부임 후 같은 평가군에 있는 10개 센터 가운데 매월 실적 1위를 차지하다 평가 마지막 날 최종 2등을 해 2013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은상을 탔다.
 
A씨와 직원들은 1년 내내 1등을 유지하다 최종적으로 결과가 뒤집혀 2등으로 밀려나 아쉬움이 컸다. A씨는 종합업적평가대회가 있던 2014118일 저녁에 열린 회식에서 직원들에게 내 노력 부족 탓이라고 말하면서 여러 차례 미안함을 표현했다.
 
A씨는 2014년 1월에는 소속 직원들 다수가 승진에서 탈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날 열린 회식에서도 직원들에게 “1등에서 2등으로 밀려나 미안하다고 말했다.
 
본부장 승진 등을 기대했던 A씨 자신도 승진에서 떨어졌다. 이날 자정쯤 귀가한 A씨는 다음 날 오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한편 A씨는 2010년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2013년 건강검진 결과 대사증후군, 복부비만 등 소견을 보였다. 또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는 협심증 증상도 나타났다.
 
A씨 아내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실적에 대한 압박 등은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등의 이유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이우찬 기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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