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씨를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는 11일 권오준(66)
포스코(005490) 회장을 시작으로 대기업 총수도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권 회장의 소환을 위해 현재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포스코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한 사실 이외에도 권 회장이 포스코 계열사였던 광고업체 포레카 강탈 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씨 등은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업체 C사를 상대로 지분 80%를 매각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권 회장은 이 사건이 있기 전 포레카 매각을 최종 승인한 인물이다.
차씨와 포레카 강탈 시도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에 출연금 지원을 강요한 혐의를 포함해 지난 6일 구속됐다. 송 전 원장은 차씨와의 공모 혐의와 함께 지난해 5월 진흥원이 발주한 LED 사업 수주 대가로 공사업체로부터 38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로 이날 오후 3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권 회장에 대한 조사 이후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출연금을 낸 대기업 총수도 연이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두 재단과 관련해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를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조사하려고 한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나, 직접 소환 조사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검찰이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안종범(57·구속) 전 정책조정수석의 다이어리에는 지난해 7월27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17명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지원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오찬간담회 이후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한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호 양국경제인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7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개최, 권오준 한호경협위 위원장(포스코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이날 이번 수사와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가 제기되고 있는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의 자택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국가 기밀문서를 전달받는 등 국정에 개입하도록 방조하는 등 감찰·예방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혐의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우 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다.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와 정호성(47·구속) 전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의 녹음 파일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기업 관련 수사 또는 내사 정보를 최씨에게 전달했다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 전 수석은 횡령·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우 전 수석은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정강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서 이른바 '꽃보직'으로 알려진 서울경찰청 소속 운전병에 배치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